작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그 결과, 역사상 최저 수준의 초저금리 시대를 맞이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제로(0) 또는 마이너스(-)에 진입한 국가들도 있다.
2020년 통화정책 방향은 현 수준을 유지하며 경제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데다 통화정책의 ‘약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커지고 있어서다. 또 마이너스 금리가 글로벌 경제 성장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외면할 수 없다.
일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12월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50~1.75%로 동결하고, 올해 추가 금리 인하는 물론 인상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연준은 당시 발표한 성명에서 “현재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경제활동의 지속적인 확장과 강한 고용시장 환경, 2% 목표 부근의 물가를 지원하는데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성명에서 언급했던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문구도 삭제했다. 미중 무역합의, 미국·멕시코·캐나다 새 협정(USMCA)이 불확실성을 없앤 영향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금리인하 가능성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강조했던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신임 총재도 지난해 12월 첫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부채로 ‘경고음’이 울린 중국에서도 추가 양적완화 조치에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글로벌 경기 상황이 변수다. 무역전쟁이 일단락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다소 누그러졌지만 유례없는 저성장 속에 각국 정부로서는 경기하락 방어에 사활을 걸 가능성이 높아서다.
전문가들은 운신의 폭이 좁아진 통화정책보다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영국은 공공 및 민간부문 투자 확대를 위해 올해 회계연도의 재정지출을 최근 15년 내 최대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일본 역시 조세 감면, 공공사업 기금 확대 등을 통한 재정부양책 시행에 들어갔다. 한국도 2019년에 이어 올해에도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