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 원, 2020년까지 반드시 올리겠습니다." (2017년 4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자 발언)
"임기 3년 이내에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달성할 수 없게 됐습니다. 어찌 됐든 대통령으로서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올 7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대독)
2020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79만5310원. 유급 주휴 시간을 포함한 월 노동시간 209시간을 적용해 계산한 수치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174만5150원)보다 5만160원 많은 금액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로 따지면, 최근 10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사용자와 노동계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역시 "인건비가 급등해 직원을 쓸 수가 없다"면서 하소연하는 모습이다. 일부 편의점주는 "아르바이트생보다도 수익이 적다"며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면 점주가 최저임금도 못 가져가니 답답하다"라고 토로한다.
매년 논란이 되는 최저임금, 과연 어떤 과정에 따라 결정되고, 또 무엇이 문제가 되는 걸까?
◇내년도 최저임금 8590원, 어떻게 결정됐나?
최저임금은 △2016년 6030원 △2017년 6470원 △2018년 7530원 △2019년 8350원 △2020년 8590원으로 꾸준히 상향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최저임금은 16.4% 뛰어오르며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논하는 기폭제가 됐다.
'최저임금 1만 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올 7월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 표준 고용계약 틀 밖에 있는 분들에게 부담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이며, 과연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는 언제쯤 찾아올까.
최저임금제도는 헌법 제32조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근로자의 생존권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다음 해의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이 경우 고용부 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고 위원회가 심의해 의결한 최저임금안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으로 각각 9명씩 구성됐다. 일반적으로 사용자위원은 재계를 대표하고, 근로자위원은 노동계를 대표한다. 양측이 매년 최저임금을 놓고 격렬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하는 경우도 잦다.
대체로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을 소폭 인상 혹은 동결, 인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근로자위원은 30% 이상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양측의 입장 차가 커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7월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근로자위원들이 제시한 8880원 안과 사용자위원이 제시한 8590원 안을 놓고 표결에 부쳤다. 이에 8590원 안은 15표, 8880원 안은 11표를 얻어 사용자위원이 제시한 안이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표결에 의해 결정됐다고 이 안이 그대로 내년 최저임금으로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부가 최저임금위원회의 의결 결과를 관보에 게재하고 10일 동안 이의 제기를 받는다. 고용부는 이의 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사실 올해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2020년 최저임금이 합리적 근거가 없다며 절차와 내용 모두 이의를 제기했지만, 고용부는 한국노총 측의 이의를 수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최저임금제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최저임금에 대해 노사단체가 이의를 제기한 적은 많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재심의 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결국 고용부는 8월 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2020년 최저임금인 시간당 8590원을 정부 고시로 확정했고, 효력은 내년 1월 1일부터 발생하게 됐다.
◇최저임금 오르면 구직난 심화한다?
고용부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내년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137만~415만 명, 영향률은 8.6~20.7%로 내다봤다. 최대 415만 명의 근로자 임금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최저임금 인상이 꼭 긍정적인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구직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실업이 꾸준히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아르바이트 시장에 몰린 청년들의 우려는 더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우려로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는 업체에서 잘릴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자체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을 통해 18~22일 아르바이트 고용주 740명을 대상으로 '내년도 알바시장 전망 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 중 53.9%가 "올해 수준으로 채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보다 적게 채용할 것"이라고 응답한 고용주는 16.4%였다.
"올해보다 적게 채용하겠다"고 밝힌 고용주는 그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부담"(51.2%)을 가장 크게 들었다. 이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돼서"(21.5%), "장사가 잘 안돼서"(12.4%) 순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우려는 아르바이트생이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올 8월 발표한 '2020년 최저임금'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0년 최저임금이 8590원으로 적용되면서 우려되는 상황(중복 선택)"으로 응답자의 83.2%가 "아르바이트 구직이 힘들어질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해고, 근무시간 단축 통보가 있을 것 같다"가 58.3%, "임금이 올라가게 사정이 더욱 악화할 것 같다"가 49.3%, "아르바이트 근무 강도가 높아질 것 같다"가 30.0%, "고용주와 아르바이트생 사이의 갈등이 깊어질 것 같다"가 29.0%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설문에 참여한 아르바이트생 80.6%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최저임금 인상 후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응답했으며, 18.5%는 "작년과 같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자도 있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는 △정신장애나 신체 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 △그 밖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한해 최저임금 적용이 제외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나 선원, 경비원 등 단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법은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장애인의 경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작업능력평가를 한 후 이 결과를 바탕으로 근로 능력을 평가한다. 여기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 명백하게 인정되면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한다.
선원은 최저임금법에서 예외 되지만, '선원법'에 따라 해양수산부가 고시하는 '선원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다. 해수부가 발표한 '2020년도 선원 최저임금'은 올해(215만3720원)보다 2.89% 오른 월 221만5960원으로 고시됐다. 이는 육상근로자 최저임금(179만5310원)보다 42만650원 높은 수준이다. 그동안 선원 최저임금은 해상에서의 열악한 작업여건 등을 고려해 육상근로자의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됐다.
수습근로자도 최저임금의 예외 적용 대상이다. 사용자는 일을 시작한 지 3개월 내 수습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의 90%를 적용할 수 있다. 단, 1년 미만 근로계약자나 단순노무종사자에 대해서는 적용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아르바이트는 1년 이내로 근로계약을 한 경우에도 최저임금에 적용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