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당분간 금리 인상 보류 방침을 시사하면서 시장이 안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사실상 ‘웅크린 비둘기’ 자세를 시사하자 시장의 관심은 금융 정책에서 경기 자체로 옮겨가고 있다.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1.50~1.75%로 동결했다. 예상된 결과였지만, 시장은 연준이 상당 기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조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준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경기 악화를 경계, 예방적 차원에서 지난 7월에 10년 만의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등 3회 연속 기준 금리를 인하해왔다. 이번에는 투표권이 있는 FOMC 위원 10명 전원이 금리 동결에 찬성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 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하와 조기 금리 인상 모두 당분간은 가능성이 낮을 것임을 시사했다. 관건은 경기 동향이다. 미국 경기는 사상 최장인 11년째 확장 국면에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 상태가 유지되면 현 1.50~1.75%의 금리는 적절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설 수도 있음이다.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2%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2.2%보다 낮춰잡은 것이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물가도 고민이다. 파월 의장은 기자 회견에서 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금리를 인상하려면 물가 상승이 지속적인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고용은 강력하지만, 물가상승률은 1.6%에 그친다. 파월 의장은 “물가가 구조적으로 오르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목표치 2%로 이끌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이번 FOMC에서 연준은 내년 물가상승률을 1.9%로 잡았다.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해도 물가가 2%를 넘기는 어려워 보이는 만큼 적극적으로 금리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변수는 미·중 무역 갈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며 연준에 끊임없이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의 지지 기반인 중서부 지역의 제조업은 무역 전쟁 등의 여파로 고용이 약해진 상태다. 전미 기준으로 봐도 제조업의 체감경기지수는 4개월 연속 ‘불황’을 나타내고 있어 FOMC도 성명에서 “기업의 설비 투자와 수출은 계속 취약하다”고 인정했다.
이런 체감 경기를 크게 좌우하는 미·중 관세 전쟁은 최종 결론이 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무역 전쟁이 길어져 기업 심리가 더욱 악화하면 연준은 다시 추가 완화에 나설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