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동산금융에 제동을 걸면서 증권사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당국이 이례적인 총량 규제와 상시 관리시스템 등을 도입한 것은 증권사가 ‘부동산’ 대신 ‘모험자본’에 치중하라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과 함께 총량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고위험 부동산에 투자가 몰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메리츠종금증권은 전 거래일보다 11.19% 급락한 36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밖에 키움증권(-3.24%), 한국금융지주(-3.15%), 코리아에셋투자증권(-3.14%), NH투자증권(-1.61%), 대신증권(-1.26%), 교보증권(-1.17%) 등 증권사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증권 업종 하락은 전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부동산 PF 익스포저(대출ㆍ보증 위험노출액) 관리 방안에 따른 후폭풍으로 해석된다. 부동산금융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사용했던 증권사들은 이번 방안으로 수익성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은 증권사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을 100% 이상 늘릴 수 없게 하는 내용이다. 또 당국은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140% 이내로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있는데, 여기에 반영되는 신용위험액 산정 시 PF 채무보증에 대한 위험값을 12%에서 18%로 상향 조정한다. 아울러 종합금융투자 사업자의 부동산 대출을 영업용순자본에서 전액 차감하고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도 강화했다. 동시에 종투사의 기업신용공여 추가 한도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은 제외하기로 했다.
이번 방안은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 리스크 관리 목적보다 증권업계의 체질을 부동산금융에서 모험자본 공급자로 바꾸려는 데 방점이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 운용 항목을 특정해서 총량 규제하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고 중요한 변화”라며 “가급적 부동산에 자금을 투입하지 말고 생산적 금융과 모험자본에 대한 투자를 늘려 금융투자업자 본연의 업무를 수행해달라는 요청이자 방향 제시”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이번 총량 규제가 증권사들의 부동산 채무보증 총량은 줄일 수 있어도 질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채무보증액이 많아도 안정적인 프로젝트에 선순위로 투자한 경우는 부실 우려가 크지 않다”며 “총량을 제한하면 증권사들이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부동산 투자에 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총량 규제로 부동산 채무보증의 질적 악화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는데, 그래서 이번 방안에 포함된 부동산 PF 공시 강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투자자가 증권사의 건전성을 잘 선별할 수 있도록 사업보고서상 공시가 직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당국은 자본시장의 부동산 그림자금융 관리에도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은 자본시장 부동산그림자금융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5일 밝혔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은 전형적인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증권사 PF대출, 채무보증, 부동산펀드, 부동산신탁, 부동산 유동화증권 등을 뜻한다. 금감원은 그림자금융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입수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위험평가지표 등을 마련해 감독업무에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