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다 러시아를 더한 ‘OPEC 플러스(+)’는 이날 마라톤 회의 끝에 감산 규모를 현행 하루 120만 배럴에서 170만 배럴로 40% 이상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는 세계 전체 생산량의 1.7%에 해당하는 규모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사우디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감산 폭 확대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지표인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최근 배럴당 63달러 정도에서 추이하고 있으며, 올해 4월 최고치에서 15% 가량 떨어진 상태다.
OPEC 회원국 사이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에 의해 세계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공조 감산의 틀 밖에 있는 미국이 셰일유 증산을 계속하면서 원유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더 하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합의 내용의 세부 사항이나 감산량 확대 분을 산유국 사이에서 어떻게 분담할지다. 6일 ‘OPEC 플러스 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국가간 이견이 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이날 총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OPEC 총회는 밤 10시 45분까지 장장 6시간 가까이 열렸다. 이에 예정돼 있던 기자 회견과 만찬까지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만큼 각국의 입장을 좁히기가 쉽지 않았다는 의미다.
밤 11시께 회의장을 나온 각국 대표들은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바로 숙소로 돌아갔다고 한다. 칼리드 알리 알-파델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잠정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만 밝혔다. 산유국의 맹주 격인 사우디의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부 장관조차 “6일 OPEC 플러스 회의가 열릴 때까지 OPEC은 합의에 도달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사우디는 9월에 일부 중요 석유 시설이 드론 공격을 당하면서 한때 산유량이 목표치를 훨씬 밑돌았다가 가까스로 회복했다. 이에 이번 회의에서도 다른 산유국들에 감산 규모 준수를 촉구했다고 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OPEC 일부 각료들은 경기 침체가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면서 내년 3월까지인 감산 기간을 6월까지나 내년 말까지 연장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총회에서는 감산 기한 연장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못해 사우디와 러시아의 의향을 바탕으로 타협한 형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감산 확대에 소극적인 반면, 사우디는 감산 확대와 연장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