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로 청약 경쟁률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에 이어 강남 외 지역까지 세 자릿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는 단지가 나오는 등 청약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청약 과열ㆍ쏠림 현상이 확연해지자 고가점자들이 몰리면서, 내 집 마련이 시급한 30~40대 젊은 수요층의 소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청약시장 과열이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상승세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5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1~11월) 서울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37.2대 1을 기록했다. 지난 상반기 중 평균 청약경쟁률은 13.9대 1에 불과했으나 8월 경쟁률이 124.2대 1로 급격하게 상승하며 평균 청약경쟁률을 높였다.
8월 이후에도 서울 평균 청약경쟁률은 61.3대 1으로 집계되며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에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넘는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8월 사당동의 이수푸르지오더프레티움이 2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삼성동의 래미안라클래시스가 115.1대 1, 르엘대치가 212.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낸 것이다. 강남 외 지역에서도 3년 만에 처음으로 세 자릿수 평균 경쟁률이 나왔다. 용산구 효창동 ‘효창파크뷰데시앙’ 아파트가 186.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강북 지역에서는 2016년 11월 ‘롯데캐슬센터포레’가 15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게 마지막이다.
강서구 방화동의 마곡센트레빌도 102.6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청약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원인이라 설명한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 이후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8월부터 청약경쟁률이 치솟았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 사업장의 공급이 예상되면서 청약 열기가 이어졌다”면서 “당첨되면 얼마나 더 남길 수 있느냐에 따라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단지에 대한 쏠림 현상도 한층 심화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경쟁이 치열지면서 청약 당첨에 필요한 가점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된 8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지역의 1순위 청약 당첨에 필요한 가점은 평균 62.5점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되기 전인 1~7월(평균53.6점)보다 8.9점이나 올랐다. 지난해 당첨 가점 평균(58.1점)과 비교해도 4.4점 높아졌다.
‘로또 아파트’ 기대가 큰 강남권에선 ‘가점 부자’끼리 ‘그들만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이후 서초구 아파트를 분양받은 당첨자들의 청약 가점은 평균 71점이다. 세대주의 부양 가족이 세 명인 4인 가구는 아무리 노력해도 분양을 받을 수 없었다는 뜻이다. 부양 가족이 세 명인 4인 가구의 ‘부양가족 가점’은 20점인데, 청약통장 가입 기간 만점(15년 이상ㆍ17점), 무주택 기간 만점(15년 이상ㆍ32점)을 받아도 69점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청약 당첨 점수는 내년에도 높아질 것이다. 특히 내년 4월 분양가 상한제 유예가 끝나면 적용지역 대부분 단지에서 분양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청약에 뛰어들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청약 점수가 낮은 소가족이나 신혼부부는 분양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