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인사가 다음 달 5일께 단행될 예정인 가운데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의 유임이 확실시된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데다, 올해 한일 미·중 무역분쟁 등 외부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한 점을 인정받았다.
특히 불황기 속에서도 차세대 메모리 제품 개발과 용인 클러스터 확보 등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시황회복기를 착실히 준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사장은 취임 첫해인 올 한 해 위기의 연속이었다. 최근 몇 년간 슈퍼호황기를 맞았던 반도체 업황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악화했고,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대한 기저효과까지 작용하면서 눈에 보이는 실적 부진도 컸다.
게다가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라는 악재도 터졌다. 이 사장은 7월 직접 일본 출장길에 올라 현지 거래처 등을 돌며 소재 수급 방안 등을 논의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다. 또 반도체 장비와 소재의 국산화를 통한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육성 노력에도 힘을 쏟았다.
특히 그는 위기 속에도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기술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웠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차별화한 기술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사장 취임 후 SK하이닉스가 업계 최고 수준의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시장에 내놓는 이유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고객사들의 구매 의사 감소 등 반도체 시장이 침체했음에도, SK하이닉스는 올해 6월 세계 최초로 6세대 128단 4D 낸드플래시를 개발ㆍ양산했다. 작년 10월 96단 4D 낸드 개발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번 128단 4D 낸드가 도입된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은 내년 하반기 출시될 전망이다.
이 사장은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기술 개발에 집중해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원가 절감에도 노력해야 한다”며 “그래야 경기가 회복될 때 더 강하게 치고 나갈 수 있다”고 지난달 자사 뉴스룸을 통해 강조했다.
또 그는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 중심 사업 체계’로 변화하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 노력도 이어왔다.
이 사장은 뉴스룸을 통해 “과거에는 특정 장비(디바이스)를 기반으로 한 기술 개발과 제품 공급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고객마다 다양한 성능과 전력 특성을 요구하는 파생 제품으로 시장이 전환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이런 변화를 ‘제품 중심 사업 체계’로 정의하고, 각 조직의 역할과 일하는 방식까지 이에 맞게 바꿔 나가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고객들은 물론 내부 구성원과 소통도 크게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생방송에서 임직원을 만났다. 생방송에는 임직원 2000여 명이 접속해 1만 건에 달하는 댓글을 달며 소통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반도체 업황이 회복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다져놓은 기반을 발판 삼아 내년에는 영업이익을 올해 대비 크게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