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코스피시장이 장중 1400선이 붕괴되는 무기력한 흐름을 보이며 이틀째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뉴욕증시가 노동절 연휴로 휴장한 가운데 허리케인 구스타브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국제유가(WTI)는 4%대의 급락세를 나타냈습니다.
전일 폭락에 따른 반발매수세 유입과 함께 소폭 상승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원/달러 환율이 폭등세를 재연하자 투자심리가 냉각되며 장 후반 한때 1390선 초반대까지 밀리기도 했습니다.
장 막판 프로그램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데 힘입어 낙폭을 상당부분 만회한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7.29p(0.52%) 내린 1407.14p로 거래를 마치며 1400선은 사수했습니다.
9월 위기설이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환율은 3거래일 연속 급등했습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비 18원 상승한 1134원으로 마감, 3년10개월 만에 1130원대로 진입했습니다.
외국인이 2509억원 순매도로 11거래일 연속 '팔자'행진을 이어갔고 이틀째 매도세를 강화한 개인도 4246억원 매도우위를 나타냈습니다. 기관이 7044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했으나 프로그램 매매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매도우위였습니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6460억원)와 비차익거래(+4736억원) 모두 매수우위를 보이며 1조1196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습니다.
주변 아시아증시들도 약세를 나타냈습니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사임의사를 표명한 일본의 닛케이지수가 1.75% 급락했고 중국 상해종합지수(-0.87%), 대만 가권지수(-1.66%) 등이 내렸습니다. 비상사태가 선포된 태국증시는 19개월래 최저치로 추락했습니다.
유동성 위기 도미노..쇠잔한 심리
주택경기 장기 침체로 중소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9월 위기설로 기업들의 재무유동성 리스크 우려가 어느때보다 높아지면서 조그만 재료에도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입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시작된 자금난 우려가 도미노식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증자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은 STX그룹에 이어 해외계열사 지원에 나선 두산그룹으로, 최근에는 유동성위기 불똥이 코오롱그룹, 동부그룹, 동양그룹으로 옮겨붙고 있습니다.
이날 시장에서는 코오롱건설(하한가)의 유동성 위기설로 계열사인 코오롱과 코오롱아이넷이 동반 하한가에 진입했습니다. 코오롱건설의 하반기 만기도래 차입금은 460억원 수준에 불과해 유동성 위기로 보는 것은 기우라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투자심리를 달래지 못했습니다.
동부그룹의 경우 그간 잠재리스크 요인으로 인식돼온 동부하이텍(구 아남반도체) 지원이 아닌 '동부생명의 600억원 유상증자 추진' 소식에 동부건설과 동부CNI가 하한가로 추락했고, 동부증권(-14.00%), 동부제철(-12.50%), 동부화재(-7.36%) 등의 계열사들이 줄줄이 급락했습니다.
동부생명과 같이 상장을 앞두고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해 동양생명도 유상증자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 속에 동양그룹주들도 덩달아 무더기 급락했습니다. 동양시스템즈가 이날 하한가를 기록했고 동양종금증권(-13.95%)도 하한가에 준하는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증자쇼크로 최근 몸살을 앓은 두산그룹의 경우 두산중공업이 이틀 급락에 따른 반발매수세 유입으로 4.89% 반등했지만 두산인프라코어(-10.50%), 두산건설(-9.25%), 두산(-0.95%) 등은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유동성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금호아시아나, STX그룹주들도 대부분 약세를 나타냈습니다.
대우인터내셔널(하한가)은 미얀마 가스전 본계약이 나쁜 조건에 체결될지 모른다는 루머로 나흘째 급락세를 이어갔습니다.
자금압박이 일부 있어도 유동성 위기로 치달을 정도는 아니고, 유상증자도 검토 단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시 상기 대형주들의 연쇄 급락은 대부분 허약해진 심리와 수급에 기인한 반응들로 이해됩니다.
유상증자 자체는 자금조달의 한가지 수단일 뿐인데도 "유상증자의 배경이 무엇이냐?"는 식으로 재무리스크를 의심하고, 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들의 차환발행 실패를 우려해 미스매칭 문제를 넘겨짚는 것은 최근 글로벌 신용경색 분위기와 9월 위기설로 고조된 유동성 이슈, 악화될대로 악화된 투자심리와 무관치 않습니다.
투자대안 경기방어株 선전 지속
대부분 업종이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경기방어 성격의 통신, 전기가스, 제약주들과 대표적 내수주인 은행, 백화점주들이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SK텔레콤(3.96%)을 비롯해 LG텔레콤(4.00%), KTF(4.70%), KT(2.23%)가 일제히 올랐고, KT&G(4.55%), 한국가스공사(2.03%), 한국전력(1.09%), 한미약품(4.64%), 유한양행(3.11%), LG생명과학(0.71%) 등의 경기방어주들이 동반 강세를 기록했습니다.
추석 특수와 함께 세제 개편안 수혜가 기대되는 신세계(3.56%)와 경기침체 중에도 예대마진이 어느정도 보장되는 기업은행(0.99%), 국민은행(0.18%) 등 일부 은행주들이 견조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1조원을 넘는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된 덕에 대부분의 시총상위주들이 오름세를 탔습니다.
IT제품 수요 위축 우려로 최근 부진했던 삼성전자가 2.17% 오른 것을 비롯해 POSCO(1.68%), 현대차(0.71%), 삼성화재(2.01%), LG화학(1.97%), 삼성물산(1.85%) 등이 상승했습니다.
한편 비자금 조성 의혹관련 검찰 수사 악재로 최근 폭락한 강원랜드는 카지노 개별소비세 신설이라는 또다른 대형 악재를 만나 점하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코스닥시장은 개인들의 투매로 4.80%나 급락하며, 3년8개월전 수준으로 주저앉았습니다.
개인들이 237억원 순매도로 투매성 매물을 쏟아낸 반면, 외국인들은 본질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한 우량주를 중심으로 225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매수가 철저한 저가매수 방식이어서 NHN(-4.30%) 등 시총상위주들 대부분은 약세를 보였습니다.
원/달러 환율급등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KIKO 관련주들을 비롯해 개인 선호주들의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우량주 비우량주 구분없이 하한가 종목이 속출했습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무려 108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고 내린 종목이 828개에 달했습니다.
보수적 관점 견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정부의 개입 의지에도 불구 1130원대까지 전진했습니다.
정부의 개입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1140원~1150원대가 뚫릴 경우 손절매와 함께 걷잡을 수 없이 환율이 속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외국인들의 주식매도와 함께 증시의 약세기조가 지속된 점도 달러 수요를 자극했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1조천억원대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며 심리적 지지선인 1400선을 방어해냈으나 추세적 변화와 관련해 별다른 의미를 두기는 어렵습니다.
우리증시가 해외증시, 아시아증시들과 방향성을 함께 하고 있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괴소문만으로 하한가에 진입하는 등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는 '9월 위기설'이 전혀 진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결제약정은 오늘도 5565계약이나 증가했습니다. 외국인이 이날 선물을 5785계약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의 동향과 무관하게 증시의 하락세는 이어졌습니다.
현재 시장의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는 매도세력(특정 수급주체와 상관없음)이 이익극대화를 위해 매도 포지션을 청산할 의지가 아직 없으며, 그 매도세력이 계속 승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습니다.
美증시가 노동절 휴장에 들어가 외부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고 유가까지 급락했음에도 투자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어설픈 반등시도가 대기매물에 밀리며 매물벽만 쌓아놓는 형국입니다.
신용불안감이 해소되고 미결제약정 감소를 수반해 시장이 본격적으로 돌아서기까지는 현금비중을 유지하며 일부 경기방어주에 기대는 등 방어적 전략이 유효합니다.
전일 글에서 말씀드렸던 대장주 삼성전자가 50만원대를 지켜내며 반등에 성공하고, LG전자가 하방경직성을 보인 점은 그나마 위안거리입니다.
증시가 기술적 반등권역에 진입한만큼 추격매도를 자제해야 하겠으나 매도 클라이맥스를 논하기에는 아직 성급한 감이 있습니다. IT 대장주들의 동향과 미결제약정 변화를 지속 체크하되, 본격적인 매수는 좀더 인내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더 나은 투자기회를 찾기 위해 참고 기다리거나, 외국인들의 코스닥 우량주 저가 쇼핑과 같이 '긴 안목'으로 우량주 이삭줍기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확률이 낮은 약세장에서 뇌동매매의 충동에 휘말리거나 우량주를 단기 관점으로 매매하는 전략은 절대 삼가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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