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은 일국양제라는 민감한 현실을 감안해 그동안 홍콩 거리에 나타나는 것을 극히 꺼려왔다. 지난해 가을 태풍 망쿳 피해 복구 작업에 약 400명이 투입된 것이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또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대한 반발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6월 이후 처음으로 중국군이 거리에 나타나 현지 주민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중국군의 등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시위사태를 폭력적인 범죄로 규정하면서 강경 대응 방침을 언급했다고 중국 관영 언론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한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군은 녹색 반소매 티셔츠에 검은색 반바지 차림을 하고 홍콩 침례대학 캠퍼스 인근 도로에서 이리저리 버려진 벽돌들을 양동이에 담아 옮기는 등 주민 약 20명과 함께 청소 작업을 했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우리 정부가 중국군의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았다”며 “이는 중국군의 자발적인 봉사 활동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군은 홍콩 정부의 재난 구조나 공공질서 회복 등의 요청이 있기 전까지는 지역 안건에 개입할 수 없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청소 활동에 대해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는 등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며 “이는 주둔군 사령관의 승인만 필요할 정도의 단순한 사회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여전히 홍콩에서는 중국이 직접 시위사태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고조됐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홍콩이공대학의 충킴와(鍾劍華) 사회정책연구센터 소장은 “현재 직면한 정치적 이슈들과 더불어 중국이 직접 개입하거나 무력을 사용해 홍콩의 안정을 매우 위협할 것이라는 공포가 커진 상황이어서 중국군의 움직임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