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대대익선(大大益善)…배기량 줄여도 차체는 ‘사이즈-업’이 대세

입력 2019-11-18 11:00 수정 2019-11-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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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차 엑센트 단종하고 그랜저가 베스트셀러, 국제유가 하락이 '빅 사이즈' 부추겨

▲대형 SUV에 대한 수요는 최근 몇년 새 빠르게 급증했다. 사진 왼쪽은 현대차 3세대 싼타페, 오른쪽은 차 크기와 편의장비를 늘려 2013년 등장한 맥스크루즈의 모습. 맥스크루즈 판매 비율은 3% 수준이었다.   (사진제공=현대차)
▲대형 SUV에 대한 수요는 최근 몇년 새 빠르게 급증했다. 사진 왼쪽은 현대차 3세대 싼타페, 오른쪽은 차 크기와 편의장비를 늘려 2013년 등장한 맥스크루즈의 모습. 맥스크루즈 판매 비율은 3% 수준이었다. (사진제공=현대차)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형가전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자동차는 오히려 점진적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다양한 전자장비가 차 안에 속속 스며드는 동시에 넉넉한 공간이 주는 편안함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도 덩치 큰 자동차에 대한 거부감을 성큼 밀어냈다. 무엇보다 다양한 안전기준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크기=안전’이라는 등식이 자동차 산업 곳곳으로 확산했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대형 SUV 시장에 대한 산업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성기를 개척한 모델은 출시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없어서 못 판다”는 현대차 팰리세이드다. 전작이었던 테라칸과 베라크루즈가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을 거두며 단종한 이후, 국내 SUV 시장은 사실상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 등이 주도했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개발 막바지에 대형화 추세를 참고했다.

잠자고 있던 대형 SUV 수요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팰리세이드는 출시 초기부터 공급물량 부족에 시달렸다. 사전계약 때 6개월치 생산물량이 몰리면서 차만큼이나 커다란 인기를 증명했다.

팰리세이드의 성공 뒤에는 넉넉한 덩치와 세련된 디자인, 다양한 편의 장비, 나아가 이를 모두 포함해도 중형 SUV 싼타페와 큰 차이 없는 합리적 가격이 주효했다.

뒤이어 등장한 기아차 모하비 역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08년 출시 이후 끝없는 단종 루머 속에서도 명맥을 이어왔던 모하비는 데뷔 11년 만인 9월 ‘환골탈태’했다.

한 시대 앞서가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첨단 주행안전장치를 모조리 담아내며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매달 2000대 수준의 모하비를 생산할 수 있지만 사전계약 물량만 7000대를 넘어설 만큼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대형 SUV 인기에 한국지엠 역시 동급 SUV ‘트래버스’를 서둘러 직수입해 흥행에 성공했으며 쌍용차 역시 G4 렉스턴을 앞세워 절치부심 중이다.

덩치만 따져보면 국내 대형 SUV 가운데 1~2위를 다투는 G4 렉스턴은 조만간 크기를 더 늘린 초대형 SUV를 준비 중이다. 쌍용차는 내년께, 현행 G4 렉스턴의 축간거리(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를 화끈하게 늘리고 2~3열 공간을 확대한 최고급 SUV를 준비 중이다.

▲2008 리먼쇼크 직후 국제유가 급상승에 따라 고급차 브랜드는 서둘러 엔진 배기량을 낮추기 시작했다. 이른바 '다운사이징'이었다. 사진은 2010년에 등장한 메르세데스-벤츠 최초의 4기통 모델 S 250 CDI.   (사진제공=다임러미디어)
▲2008 리먼쇼크 직후 국제유가 급상승에 따라 고급차 브랜드는 서둘러 엔진 배기량을 낮추기 시작했다. 이른바 '다운사이징'이었다. 사진은 2010년에 등장한 메르세데스-벤츠 최초의 4기통 모델 S 250 CDI. (사진제공=다임러미디어)

크기의 전쟁은 세단도 마찬가지다.

한때 베스트셀링 모델 1위에 단골로 이름을 올렸던 준중형차 아반떼는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판매 1위 자리도 중형차 쏘나타, 준대형차 그랜저에 차례대로 내줬다.

동시에 엔트리급 소형차로 인기를 끌었던 엑센트는 국내에서 수요 하락으로 단종한 지 오래다.

인기 차급도 상승했지만 상대적인 차 크기도 늘어났다.

한때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이었던 대형 세단 엔터프라이즈(2002년 단종)보다 2005년 등장한 현대차 NF쏘나타의 길이와 너비, 높이가 훨씬 크다는 점도 이런 추세를 증명한다.

이처럼 자동차가 점진적으로 커지는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우선 엔진 사이즈를 줄이고 차 크기를 키워도 출력과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12기통 6000cc로 점철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는 이 무렵 최고급 모델의 배기량을 3000cc 안팎까지 줄였다.

여기에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셰일가스의 등장, 친환경 전기차 급증까지 겹쳐 국제유가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다. 기름값 부담을 덜고 대형차를 탈 수 있는 셈이다.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동차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마저 소득 수준의 향상과 차종 다양화 시대를 맞으면서 덩치 큰 차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차 기술이 안정화되고, 카셰어링 문화가 확산하면 기아차 카니발과 유사한 콘셉트의 미니밴이 인기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율주행과 카셰어링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 중인 구글이 크라이슬러 미니밴 ‘퍼시피카’를 앞세워 관련 기술을 차곡차곡 쌓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자율주행과 카셰어링 시대가 도래하면 여럿이 함께 탈 수 있는 미니밴이 큰 인기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크라이슬러 미니밴 '퍼시피카'를 기반으로 구글(자회사 웨이모)이 개발한 자율주행차의 모습.  (출처=구글 웨이모)
▲자율주행과 카셰어링 시대가 도래하면 여럿이 함께 탈 수 있는 미니밴이 큰 인기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크라이슬러 미니밴 '퍼시피카'를 기반으로 구글(자회사 웨이모)이 개발한 자율주행차의 모습. (출처=구글 웨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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