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실질실효환율 흐름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규모에 부합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최근 경상수지 흑자폭이 추세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에서 원화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압력도 그만큼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경상수지 대비 대외안정성은 신흥국 가운데 세 번째로 안정적이었다.
경상수지 개선은 장기적으로 실질실효환율 절상(원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경상수지 변동에 대한 환율 탄력성은 2010년 이후 3분의 1로 축소됐다. 이는 2010년 이후 글로벌 밸류체인 강화 등으로 수출가격의 환율전가도가 낮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캐나다중앙은행(BoC)이 개발한 취약성지표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19개 신흥국의 경상수지를 비교해 본 결과, 우리나라는 56점으로 조사대상국 중 세 번째로 안전한 나라로 평가됐다. 1위는 러시아(54점), 2위는 불가리아(56점)였다. 반면 인도는 61점으로 중위권을, 아르헨티나는 77점으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이 지표는 취약성이 낮은 국가일수록 50점에, 높은 국가일수록 100점에 가깝다.
경제성장률(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1%포인트 오를 경우 이들 신흥국들의 취약성지표는 0.4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글로벌유동성증가율이 1%포인트 늘면 취약성지표는 0.1포인트 올랐다. 경상수지 흑자폭 증가는 취약성을 낮추지만, 글로벌유동성증가는 정부나 민간부채 증가로 이어져 취약성을 높인다는 의미다.
한편 31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경상수지와 환율변화간 관계에서는 선진국의 경우 유의성이 없었다. 반면 신흥국에서는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1%포인트 오를 경우 대표적 환율변동성 지표중 하나인 표준편차가 0.65%포인트(분기 기준)만큼 낮아졌다.
이밖에도 경상수지가 예측치보다 높게 발표될 경우 원·달러 환율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2000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는 발표 다음날(0.76%)과 다다음날(0.42%) 각각 영향을 미친 반면, 경상수지 흑자 누적이 두드러졌던 2012년 이후엔 발표 당일(0.67%)에만 영향을 미쳐다.
이아랑 연구위원은 “견조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대외안정성 확보에 상당부분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경상수지 흑자가 전망 범위 수준에서 축소될 경우 취약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실질 통화가치 상승 압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