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2조5000억 원에 달하는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애경그룹을 제치고 승기를 잡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전날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서 2조5000억 원에 가까운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애경-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과 '강성부펀드' KCGI 컨소시엄은 2조 원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매각가는 1조5000억 원에서 2조 원까지 거론됐다. 매각 대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31.0%)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신주이다. 신주 발행 규모는 최소 8000억 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도 '통매각'한다.
앞선 자금력은 HDC컨소시엄의 가장 큰 강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현금성 자산만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미래에셋대우는 증권사 최초로 자기자본 9조를 달성하는 등 증권업계에서 압도적인 자금력을 자랑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면세점과 호텔ㆍ리조트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다만 항공사 운영 경험이 없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애경은 저가항공사(LCC) 1위 제주항공 경영 노하우를 내세우고 있다. 전날 애경 측은 "항공업에 대한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입찰자"라면서 "글로벌 항공 산업 내 다수의 M&A가 있었으나 항공사 간 인수합병에서 유의미한 성과 개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애경은 부족한 자금력을 보완하기 위해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최소 5000억 원의 인수금융 투자확약서(LOC)를 받았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충분치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기준 부채는 총 9조5989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660%다.
한편 본입찰에 제시된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주 인수액은 금호산업에 들어가며 신주 발행액은 아시아나항공의 재건에 투입된다. 이에 금호산업이 구주 가격을 높이기 위해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은 이르면 다음 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다음 달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연내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