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각종 전기요금 한시 특례할인 제도를 없애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악의 적자가 이어지자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 대신 할인 혜택을 없애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30일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은 현재 운영 중인 1조1000억 원대의 각종 전기료 특례 할인을 모두 폐지하고, 전기요금 원가를 공개하는 방안을 정부 협의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2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온갖 할인 제도가 전기요금에 포함돼 누더기가 됐다"며 "새로운 특례할인은 없어야 하고, 운영 중인 한시적 특례는 모두 일몰시키겠다"고 말했다.
주택용 절전 할인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 할인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 전기차 충전 할인, 초·중·고교 및 전통시장 할인 등을 원칙적으로 모두 없애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앞서 김 사장은 지난해 7월 "콩(원료)보다 두부(전기)가 더 싸다"고 발언하는 등 전기요금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아울러 11일 국정감사에서도 "전기요금을 지금 내가 안 내면 언젠가 누군가는 내야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김 사장은 "복지와 산업정책은 재정으로 추진하는 게 맞다"면서 "요금 할인보다 바우처 제도를 활용하는 게 낫고,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소득 보조 형태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한전의 입장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할 수는 있지만 정부와 협의된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전반적인 요금체계 개편의 틀 내에서 논의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정부 역시 한전이 적자 누적을 타개하려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은 이해한다는 태도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9285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으며 상반기 기준 부채는 122조8995억 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은 전기요금 원가 공개와 관련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정부와 용도별 요금 원가 공개를 협의하고 있다"면서 "야단을 맞더라도 (주택용, 산업용 등) 용도별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필수사용량 공제 폐지와 계절·시간별 요금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제세 부과금 제도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다음 달 미국 뉴욕과 보스턴에서 외국인 주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힌 뒤 "정부가 요금을 통제하니 재무성과가 나쁠 수밖에 없다"면서 "요금체계가 개선될 때까지 참아달라고 설득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정부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