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3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4%로 떨어졌다. ‘쇼크’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결과로, 시장전문가들이 예상한 0.5∼0.6%보다도 낮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2%대 성장은 물 건너갔다. 1분기 -0.4%에서 2분기 1.0%로 반등했다가, 3분기에 다시 추락했다.
정부와 민간의 성장기여도가 각각 0.2%포인트(P)였다. 민간부문이 2분기 마이너스(-0.2%P)에서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회복세로 보기 어렵다. 정부부문은 재정지출이 집중된 2분기 성장기여도를 1.2%P로 높였으나, 3분기 재정집행 여력이 크게 약화하면서 기여도가 낮아졌다.
민간소비는 0.1% 증가했다. 해외여행과 의류 등 준내구재 소비가 줄고 승용차 등 내구재 소비가 늘어났다. 정부소비는 ‘문재인 케어’로 지출이 커진 건강보험급여비 중심으로 1.2% 증가했다.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 위주로 4.1%, 설비투자는 0.5% 늘었다. 하지만 건설투자가 건물과 토목 모두 크게 부진해 5.2% 감소했다.
결국 올해 연간 성장률 2% 방어는 어려워졌다. 1.8∼1.9%까지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분기 성장률이 1% 이상이어야 하는데 가능성이 낮다. 2분기 1.0% 성장은 1분기 -0.4%의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재정지출 효과가 컸지만, 4분기에 그런 기대는 힘들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 달성이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1960년대 우리나라 경제개발 이래 성장률이 2%를 밑돈 것은 1980년(-1.7%), 1998년(-5.5%), 2009년(0.8%) 세 차례밖에 없다. 각각 오일쇼크,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다.
문제는 내년에도 나아질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잠재성장률까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를 최대로 투입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뜻하는데, 우리 잠재성장률은 2019∼2020년 2.5∼2.6% 수준(한은)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0∼2024년 1.2%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출산과 고령화, 민간투자 부진에 따른 노동·자본 투입 감소에, 주력산업 성숙화,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생산성마저 떨어져 경제체질이 갈수록 나빠지는 까닭이다.
답은 나와 있다. 설비투자 촉진과 신성장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 구조조정과 규제혁파,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노동개혁, 생산성 제고와 기술혁신 말고 방법이 없다. 경제정책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는 분명한데, 현실성에 의문인 것이 가장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