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분양 단지는 당첨가점 수준이 만점(84점)에 가까울 정도다. 웬만한 단지도 당첨 ‘커트라인’이 60점대로 올라섰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로또 단지’가 양산되고 있는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신규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 가점 고득점자들이 대거 청약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청약 경쟁이 더 치열해지기 전에 싼값에 분양받으려는 ‘가점 부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올해 초만 해도 당첨권에 들었던 40~50점대는 명함도 못내밀 정도로 당첨가점이 뛰고 있다”고 말했다.
14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분양한 ‘래미안 라클래시’(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아파트),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거여마천뉴타운 2-1구역 재개발아파트)의 청약 당첨 최고점수가 79점으로 집계됐다.
이 점수를 채우려면 무주택기간 15년 이상(만점 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만점 17점), 부양가족수 5명(30점)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래미안 라클래시의 경우 당첨 최저점수도 웬만한 당첨 최고점수 수준인 64점에 달했다. 연초 청약가점 최고점수가 60~70점대 초중반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당첨 커트라인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시세보다 크게 낮은 분양가가 고가점 청약 수요를 대거 이끌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가점자들은 10억 원을 훌쩍 넘는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서 동시에 무주택기간(32점), 부양가족수(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기준을 만점(84점) 가까이 충족한다.
청약 이상 과열 현상은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이후부터 두드러졌다. 기존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를 통제했다. 분양가 수준을 놓고 가격을 낮추려는 HUG와 가격을 높이려는 사업 주체 간 갈등은 비일비재했다.
여기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를 이중 관리하겠다고 나서면서 청약시장에 이상 과열 현상이 발생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면 신축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수요자들을 대거 청약시장으로 내몬 것이다.
이에 따라 청약시장의 ‘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주택 정책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청약제도도 손질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로또 분양 당첨 기대감과 공급 축소 우려로 청약시장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만큼 분양가 규제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춘욱 숭실대 겸임교수는 “청약가점제보다 추첨제 비율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