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임상시험 대행업체(CRO)들도 진화하고 있다.
CRO 기업들이 신약 개발 단계에서 제약사 의뢰를 받아 임상시험 진행 설계와 컨설팅·모니터링·데이터 관리 등을 하는 기존의 역할에서 신약 개발, 기업 인수·합병(M&A)등 체질 변화를 통해 글로벌 진출까지 꾀하는 등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 1상부터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는 추세로 바뀌면서 국내 CRO들에도 글로벌 경쟁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9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설리번에 따르면 전 세계 CRO 시장 규모는 2016년 약 41조원(354억달러)에서 2021년에는 약 75조원(646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CRO 시장 역시 급성장 중이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국내 CRO 시장은 2014년 이후 연평균 11.7%씩 성장해 2017년 43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국내 CRO 시장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그치고 있어 글로벌 CRO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신약개발·해외시장 공략하는 국내 CRO=국내 CRO 기업들 중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다각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곳들도 있다.국내 1호 CRO 씨엔알리서치는 글로벌 CRO들과의 경쟁에 대비해 현지 법인 인수 및 파트너십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10년 국내 업계 최초로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등에 이어 세계 최대 CRO시장인 미국 현지 업체와 인수협상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미국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 GC녹십자와 임상시험 검체분석 전문 법인 ‘지씨씨엘(GCCL)’을 설립하고, 바이오벤처에 직접 지분 참여를 통해 면역항암제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오픈이노베이션도 확장하고 있다.
단순 CRO에서 벗어나 NRDO(개발 중심 바이오벤처)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곳도 있다.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LSK 글로벌 PS)는 2000년 설립 이후 18년 간 총 1013건의 다양한 국내외 임상시험을 수행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2월 능동적인 신약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해 자회사 LSK NRDO를 설립했다. 현재 LSK NRDO는 고형암치료제 파이프라인 도입을 시작으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우수한 후보물질을 가지고 있지만 자본이 열악한 바이오벤처들이 해외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국내 바이오벤처 메티메디제약과 리스크 쉐어링 방식의 공동투자 연구개발 MOU를 체결했다.
이밖에 에이디엠코리아, 캠온 등의 CRO업체들도 아시아 시장 진출이 늘고 있어 앞으로 다양한 글로벌 전략 사례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표준에 맞는 ‘통합 솔루션’ 필요=업계에선 해외 진출의 차별화된 전략으로 ‘IT 솔루션 도입을 통한 데이터 확보’를 꼽는다. 까다로운 승인 과정을 필요로 하는 글로벌 임상 특성상 글로벌 표준에 부합한 통합 솔루션 도입은 임상데이터 수집 뿐 아니라 지역별·국가별·연구별 등 다양하게 수집된 데이터 표준화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메디데이터 코리아 임우성 총괄대표는 “기존에는 임상시험 진행 과정 중 IT기술을 통해 임상시험 수기록을 전산화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임상시험 전 주기에 도입하는 것이 새로운 임상시험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어 글로벌하게 검증된 IT 솔루션의 도입은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플랫폼은 환자의 임상 데이터 수집, 관리 뿐 아니라 수행기관 검토, 시약 분배, 환자 보고, 위험기반 모니터링, 빅데이터 분석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어 비용절감, 데이터 품질 향상, 임상운영 효율성 향상에 도움이 되며 특히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윤병선 씨엔알리서치 IT팀장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우리도 통합솔루션 ‘리드트라이얼’을 개발했다”며 “앞으로 임상시험 경쟁은 CDISC(국제 임상 데이터 표준화 컨소시엄) 등을 갖춘 데이터 싸움이 될 수 밖에 없어 통합 솔루션을 갖춘 CRO들만이 높은 서비스 제공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