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고지도자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법 발동에 따라 복면시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고 미국 CNBC방송이 보도했다.
캐리 람 장관은 “기물 파손과 폭력행위를 저지르는 거의 모든 시위자가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다”며 “그 목적은 신분을 숨기고 법망을 피하는 것이며 이들의 행동은 점점 더 대담해졌다. 이에 복면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정은 특별 행정회의를 소집해 긴급법을 발동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라며 “복면금지법은 5일 0시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복면금지법 시행이 폭력적인 행동을 막고 경찰들이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복면금지법은 공공 집회나 시위에서 마스크와 가면 등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으로 미국과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15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복면금지법을 위반하면 최고 1년의 징역형이나 2만5000홍콩달러(약 381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편 영국 식민지 시대였던 1922년 총파업이 일어났을 때 제정된 긴급법은 행정장관이 비상사태라고 판단되면 의회의 입법회의 승인이 없어도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긴급법은 언론과 출판, 통신 검열, 항만을 비롯한 모든 운송 통제 등 막강한 권한을 정부에 부여해 사실상 계엄령과 마찬가지다.
긴급법이 1922년 도입됐지만 실제로 시행된 것은 1967년 영국에 반대하는 좌익 폭동 사태가 일어났을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긴급법은 정부에 사람을 아무런 이유 없이 1년간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캐리 람은 입법회의 새로운 회기가 시작되는 16일을 기다리지 않고 52년 만에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을 시행한 것이다. 중국에서 최근 수년 만에 가장 중요한 행사인 건국 70주년 국경절 행사가 1일 끝나고 나서 중국과 홍콩 정부가 시위대에 더욱 강경하게 나가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경절 행사 이후에도 홍콩에서 연일 과격한 시위가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