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의 오판으로 우리나라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위원국 직위를 상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4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IASB 위원을 선정하는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이사회는 금융위와 회계기준원이 신임 위원 후보로 추천한 A교수에게 탈락을 통지했다.
A교수가 IFRS의 타 위원회 위원직을 맡고 있는 회계분야 전문가지만, ASB가 제시한 ‘투자자 또는 기업 관계자(재무제표 작성자)’라는 자격 요건에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현 IASB 한국 대표인 서정우 위원의 임기는 내년 6월말 종료된다. 이후에는 IFRS 제·개정 작업에서 우리나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지는 셈이다.
금융위는 A교수의 탈락 이후 IASB 위원장과의 면담을 진행했다. 또 회계기준원과 공동으로 IFRS 재단 내 기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위원 등의 인적자원을 활용해 IFRS 핵심관계자 면담을 비롯한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세계 각국이 IASB 위원국이 되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사후약방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유 의원의 분석이다.
IFRS가 중요한 이유는 기준의 변경이 일선 기업들의 경영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1차중도금 납부 시점에 공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에 따라 중도금을 모두 부채로 반영하는 IFRS 15를 지난해 도입한 이후, 자체분양사업 비중이 큰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이 일괄적으로 상승한 바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14석에 불과한 IASB 위원직을 두고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IFRS를 도입하지 않은 중국과 일본도 IASB 위원직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기존에 확보한 의석마저도 지켜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진다.
유 위원은 “IASB 위원 지원과 선임은 개인 차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금융위는 A교수 이외에 위원직에 지원한 다른 후보자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또 최적의 위원 후보 추천을 위한 별도의 회의는 없었다고 답해 IFRS 제·개정에서 대한민국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질타했다.
이어 “금융위의 답변대로라면 추천서는 써주지만 그 대상자에 대한 검증은 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인재상과 맞는 인물이었는지조차 검증하지 않고 넘어간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생기는 만큼, 회계주권을 상실한 이번 사태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엄밀하게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