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릭스미스 ‘임상 실패’ 쇼크… 外人은 공매도 ‘대박’

입력 2019-09-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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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잔고액 4239억 원… 한 달 만에 48.29% 급증

헬릭스미스가 당뇨병 신경병증 신약 ‘엔젠시스’(VM202-DPN) 임상 3상에 사실상 실패했다고 밝히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임상 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외국인은 보유 물량을 매도하고 대규모 공매도에 나서며 임상 실패에 베팅한 반면, 개인들은 물량을 떠안으며 ‘사자’ 행렬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임상 결과가 발표되기 하루 전인 23일까지 개인은 헬릭스미스 주식을 1239억5600만 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928억8000만 원어치 순매도했다.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개인과 외국인의 투심 양상이 엇갈렸다.

공매도가 급증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달 들어 헬릭스미스의 공매도 잔고는 2858억 원에서 4239억 원으로 한 달 만에 48.29% 늘었다. 임상 발표가 예정된 9월에 접어들면서 증가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달 초 3000억 원대에 진입했고, 임상 결과 발표 시점을 9월 말로 홈페이지에 명시한 11일부터는 4000억 원대로 훌쩍 뛰었다. 공매도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대차잔고 주수도 439만 주에서 596만 주까지 늘어났다.

이 기간 동안 헬릭스미스의 공매도 매매 비중은 코스닥 시장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거래량 565만0627주 중 공매도 거래가 106만501주로 18.85%를 차지했다.

이 기간 외국인 공매도 확대 역시 눈에 띈다. 헬릭스미스의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를 살펴보면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 △씨티그룹글로벌마켓리미티드 △모간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 △크레디트 스위스 씨큐리티즈 유럽 △제이피모간 증권회사 등 상당수가 외국인이다.

개인과 외국인의 엇갈린 베팅 상황에서 임상 실패 소식이 전해지며 결국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떠안게 됐다. 일부 환자에서 위약(가짜 약)과 약물 혼용 가능성이 제기돼 임상 데이터에서 명확한 결론 도출이 어려워졌다는 소식에 헬릭스미스 주가는 25일까지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결과 발표 직전 18만~19만 원 언저리를 맴돌던 주가는 8만4000원으로 하락했다.

이에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사전에 임상 실패 정보를 취득한 세력이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신약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공매도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사례가 올해 들어 유독 잦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공교롭게도 임상 결과는 사실상 실패로 판명났고,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공매도 세력은 큰 이익을 실현했다.

신라젠과 에이치엘비가 대표적이다. 신라젠의 경우 항암바이러스 물질 ‘펙사벡’ 무용성 평가 결과 발표를 앞둔 8월 초 공매도 잔고 수량이 연초 788만 주에서 44% 넘게 증가한 1135만 주로 치솟았다. 에이치엘비는 항암 신약물질 ‘리보세라닙’ 임상 3상 결과 발표 전인 6월 중순, 하루에 27만~33만 주에 달하는 대규모 거래가 이뤄지며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세 차례 지정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및 공매도 투자자들이 사전에 임상 실패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공매도 제도를 둘러싼 개인과 외국인 간 정보 비대칭성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 왔고,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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