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단으로 재외동포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43) 측은 미국 시민권 취득이 병역 기피 목적이 아니었음을 주장했다.
유승준 측 법률대리인은 20일 서울고법 행정10부(한창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승준의 파기환송심 첫 기일에서 "상고심 취지에 맞게 사증 거부 처분의 위법성을 명확히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2002년 한국 국적을 포기한 후 법무부로부터 입국을 제한당한 유승준이 2015년 9월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제기한 것이다.
1·2심은 "유 씨가 입국해 방송·연예 활동을 할 경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저하하고 병역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해 병역기피 풍조를 낳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적법한 입국 금지 사유에 해당한다"며 비자발급 거부 적법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달 우선 법무부의 입국 금지 조치는 행정처분이 아니고,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유승준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 검토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이 병역 의무를 기피할 목적이었음을 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승준 측은 "가족의 이민으로 영주권을 가진 상태에서 시민권 취득 절차를 진행해 얻은 것"이라며 "그에 대한 대중의 배신감이나 약속 위반 등은 둘째 치더라도 그것이 법적으로 병역 기피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외국인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등의 이유로 입국 금지가 되더라도 5년 이내의 기간에 그친다며 2002년부터 17년째 입국이 불허된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 국적 취득 사례가 매년 발생하는데도 유승준에게만 유일하게 과도한 입국 금지 처분이 가해졌다며 헌법상 평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유승준의 법률대리인은 이날 변론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이 사건의 핵심은 국가 권력 행사의 한계"라며 "한국과 연결고리를 끊을 수 없는 재외 동포 개인에게 20년 가까이 입국을 불허하는 것이 과연 국가권력의 정당한 행사인지 소송에서 따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LA 총영사관 측은 "사실상 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재량의 여지가 없다고 볼 측면이 있다"며 "재외동포비자는 비자 중 가장 혜택이 많은 비자인데 단순히 재외 동포라고 해서 발급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유승준이 신청할 수 있는 비자가 F4 비자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반비자, 관광비자를 신청하면 법무부장관이 일시적으로 들어오게 할 수 있다. 과거 유승준이 2박3일인가 (한국에) 들어온 적이 있다”며 "한국 입국을 원한다면 관광비자로도 충분히 그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11월 15일 오후 선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