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4대그룹 총수와 경영인이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지 18일로 1년을 맞았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뚜렷한 남북 관계, 북미 관계 진척이 없으면서 이들 기업의 사업진출 검토도 사실상 보류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HDC)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제교류특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뚜렷한 업무 진전은 없는 상태다.
지난해 18일부터 2박 3일간 열린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등이 동행했다.
청와대는 당시 주요그룹 총수들에게 정상회담 참석을 요청했고, 방북 경제인들은 ‘특별 과외’를 받으며, 남다른 열성을 보였다.
이재용 부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남북회담본부를 찾아 한 시간 반 동안 방북 교육을 받았다. 특히, 이 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은 주말에도 출근해 각각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등으로부터 특별 과외를 받기도 했다. 최태원 SK 회장 역시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했다.
당시 기업들은 대북사업 태스크포스(TF)팀 구성이나 구체적인 사업검토를 공식적으로는 진행하지 않았다.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가 계속되고 있고, 국내외 정치적 위험이 너무 큰 탓이었다.
과거 개성공단 중단 사태를 경험했던 경제계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북한을 방문했던 경제인들도 대북사업에 대해 조심스러워 했다.
박용만 회장은 “(남북경협은) 아직 시간이 더 있어야 한다.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북과의 이야기는 아직은 너무 이른 단계”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도 “많은 걸 구경했고 새로운 것을 많이 보려고 노력했다. 본 것을 토대로 길이 열리면 좀 더 고민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회장은 경협 논의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할 단계 아니다”라고 답했다.
재계에서는 사업 위험도가 너무 컸던 상황에서 경제인들이 정치적 이벤트에 동원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북 경제인들이 사업성을 보고 방북했다기보다는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현실적인 선택이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방북 기업과 남북경협 관련 회사들의 주가만 오르내리는 데 그쳤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방북이나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경제인을 동원하면서 정부는 후광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총수들의 경영 공백이 생김에도 실질적인 사업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먼저 풀려야 남북 경제교류 등이 활성화될 것이다. 최근 남북관계가 작년보다 안 좋고, 외적인 변수에 따라 경제협력이 소강상태에 있다”며 “정치적으로 경제교류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