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의 직원 불법파견을 은폐한 의혹을 받은 정현옥(61) 전 고용노동부 차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손동환 부장판사)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차관과 권혁태(53)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전 차관이 회의를 열도록 지시했다거나 주재했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고, 수시근로감독 결과가 불법파견 인정으로 기울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조사 담당자들이 독자적으로 결론을 내릴 권한이 있다는 검찰의 전제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당시 담당자들은 법령으로 인정되는 의견 제시권을 충분히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전 차관의 회의 주재 여부에 대해 "고용차별개선과 등에서 작성한 문서 3건에 참석자로 차관이 기재돼 있지 않은데 3차례나 단순 오기한 것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며 "정 전 차관이 당일 12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종로 국무총리 공관에서 오찬에 참석해 사진까지 촬영한 사실이 있어 회의 시작 시각인 10시 30분 전에 노동부 청사를 떠났다는 것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 전 차관 등과 삼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두고 삼성과 유착해서 이뤄진 직권 행사는 없었다고 재판부는 결론 내렸다. 노동부 문건 유출에 대해서 "검사는 유출된 정보의 질이나 양에 비춰 노동부 고위직이 했을 것을 전제로 한다"며 "그러나 검찰에서 통화 내역을 분석하고 조사를 했지만 유출한 사람이 밝혀지지 않았고 고위직으로 추정된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들이 유출자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전 차관이 고용부 공무원에게 지시해 만든 개선안을 삼성 측에 건넨 사실에 대해서는 "수시감독의 결론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차관으로서 정책적 판단에 따라 내부 검토를 거쳐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이는 목적이 정당하고 상황에 비추어 필요한 비례의 원칙을 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 전 차관과 권 전 청장은 2013년 7월 수시 근로 감독에서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결론이 예상되자 감독 기간을 연장하도록 지시한 후 감독 결과를 뒤집은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9월 16일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정 전 차관은 야권과 노동계의 반발을 고려해 삼성에 제안할 개선안을 작성하라고 실무진에게 지시했다. 이후 감독 결과 발표 전인 9월 9일 삼성그룹 노무 담당 임원 강모 부사장에게 개선안을 직접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