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여건 악화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이 이어지면서 내년 재정수지 적자는 올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내후년엔 40%를 넘어서게 된다. 재정지출 확대에 앞장서고 나선 건 그동안 재정건전성 관리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던 기획재정부다. 단기적인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침체된 경기 흐름을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재정수입은 482조 원으로 올해(추가경정예산안 포함 476조4000억 원)보다 1.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국세수입이 올해 294조8000억 원에서 내년 292조 원으로 감소하는 게 결정적인 이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내년 국세에서 5조1000억 원이 지방으로 이전돼 빠지는 게 있다”며 “(세수 측면에선) 올해 반도체 업황 부진이나 수출 부진으로 법인실적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내년에 반영돼 세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0년 국세 세입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법인세 수입은 64조4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4조8000억 원(18.7%) 감소할 전망이다. 부가가치세도 지방소비세 인상으로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 내년 재정지출은 513조5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9.3% 는다. 지출이 수입을 웃돌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37조6000억 원에서 내년 72조1000억 원으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1.9%에서 –3.6%로 확대되고,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9%로 유지될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에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더한 통합재정수지도 내년부턴 적자로 전환된다. 통합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는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10년 이후 10년 만이다. GDP 대비로는 올해 0.3%에서 내년 –1.6%로 전환되고, 이듬해엔 –2%대로 하락한다.
재정적자는 적자국채 등으로 메워져 국가채무를 불린다. 올해 37.2%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내년 39.8%, 2021년 42.1%, 2022년 44.2%, 2023년 46.4%까지 오를 전망이다.
그나마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40%대 국가채무비율도 낮은 수준이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00%를 조금 넘고 일본은 220%를 넘는다”며 “그런 국가들과 비교하면 우리의 재정건전성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재정지출의 효과다. 지출 증가분이 소재·부품·장비산업 및 신산업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된 만큼, 향후 수출 경쟁력 회복과 기업실적 개선, 세수 증가로 이어진다면 국가채무비율은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관리 가능하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2023년 46.3%라는 건은 지금 현재에서 다른 변화가 없을 때 단순하게 전망한 것으로 어떻게 보면 최고치”라며 “선순환구조가 되면 오히려 세입이 늘어나고 국가채무비율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출 효율화도 과제다. 구 차관은 “그동안 재량지출의 10%를 구조정하도록 하니 ‘이번에 잘랐다가 다음에 원상복구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내년에는 전반적인 지출 구조조정을 위해 기재부 재정관리국과 예산실, 민간 전문가까지 다 포함해 (논의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재정 확충을 위한 증세 방안은 이번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내년부터 2023년까지 조세부담률은 19.2~19.4% 수준으로, 국민부담률은 26.7~27.4%로 큰 변동 없이 유지된다.
홍 부총리는 “비과세·감면 정비라든가 탈루소득 과세 강화가 반영돼 있지만 증세는 반영 안 돼있다”며 “증세에 대해선 별도의 국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억지로 증세를 반영하면 국가채무나 적자가 줄어들어 국민에 모양 좋게 중기재정계획 수치를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 문제를 배제하고 총수입 증가율과 국세수입·세외수입 증가율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