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튜닝 제품의 하나로 ‘버킷시트’라는 것이 있다.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 차량의 안전을 위해서 설치하는 이 제품은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이에, 과도한 규제가 튜닝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모터스포츠 동호인 중 모터스포츠와 일반 주행을 겸용해 사용하는 차량의 경우, 대부분 ‘버킷시트’를 설치한 상태로 일반도로를 운전하게 된다. 버킷시트란 시트의 양 옆이 돌출된 형태의 자동차 좌석으로, 코너링 시 좌우로 쏠림을 막아주기 때문에 모터스포츠에서는 안전을 위해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튜닝 장비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기관인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시험을 받아야만 합법적으로 버킷시트를 장착한 차량을 운전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나친 규제의 장벽이 차량 소유주들의 시험 의뢰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버킷시트를 장착하려는 차량 소유주들은 예외 없이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자동차 안전연구원에 직접 방문해 제품의 안전성 여부를 시험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모든 사용자가 직접 시험 의뢰를 하기에는 지나치게 번거로운 구조다.
더구나 이 시험 의뢰는 300만 원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 결국 제품보다 비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비용을 내고 시험 의뢰를 해야만, 합법적으로 버킷시트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자동차연맹(FIA)에서 제시하는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
이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접수된 버킷시트 관련 시험 의뢰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도로상의 모든 버킷시트 장착 차량이 불법 튜닝 차량이 된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언석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안전기준 위반 및 불법튜닝 등으로 적발된 자동차가 전국에 3만6176대, 총 적발건수는 8만1639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튜닝 시장의 수요자가 될 수 있는 수많은 차량들이 불법차량으로 낙인찍혀 있는 것이다.
이달 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동차 튜닝 활성화 대책’ 내용에 따르면, 정부가 튜닝 시장의 규제를 완화하면 연간 6000개의 일자리와 1300억 원 규모의 튜닝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가 집계한 현재 국내 자동차 튜닝 시장 규모는 약 3조8000억 원 수준으로, 당국이 실시한 규제 완화에 따라 5조5000억 원의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의 자동차 튜닝 시장은 미국 39조 원, 독일 26조 원, 일본 16조 원 수준이다. 현재 4조 원에 못 미치는 국내 자동차 튜닝 시장은 당국이 유지하고 있는 복잡한 규제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차량을 구매하고 버킷시트를 장착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안전성 시험을 받아야 하는 현행 제도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르는 제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