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고위급 인사들이 비밀리에 만났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여러 대표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해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대화 상대가 누구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매우 고위급”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만난 인물이 베네수엘라 정부 2인자인 디오스다도 카베요 제헌의회 의장이라고 보도했다. 집권 사회당 대표이기도 한 그는 마약 밀매 혐의로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비밀리에 접촉한 양국 고위급 인사들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 및 선거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고 WSJ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또 마두로 정권의 붕괴를 바라는 미국이 마두로 정권 내부의 세력 다툼을 부추기기 위해 카베요 의장과 만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 관계자도 “미국이 베네수엘라 고위급 인사들과 몰래 접촉해 논의한 유일한 내용은 마두로가 언제 떠나느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 공정선거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은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지지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을 따돌리고 미국과 접촉한 카베요 의장은 권력을 상실해도 정치권에 남는 것과 미국의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물밑 접촉 확인 이후 마두로 대통령도 현지 방송에 출연해 “수개월 전부터 양국의 고위급 인사들 간 접촉이 있었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미국은 마두로의 개입을 완강히 부인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물밑 접촉이 마두로 ‘등 뒤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하며 마두로의 퇴진을 요구했다.
마두로 정권하의 베네수엘라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극심한 경제 혼란을 겪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3000만 인구의 약 25%가 정부 지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역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시민도 나라를 등지고 있다. 2015년 이래 약 400만 명 이상이 베네수엘라를 빠져 나가 주변 국가로 이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