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헤지 손실로 적자 전환을 했던 농협생명의 상황이 올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지속되는 금리차와 미·중 무역 분쟁 격화 조짐이 겹친 탓이다. 채권 재분류를 통한 자구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내부에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농협금융지주의 자본 확충만이 대안이 될 거란 예상도 나온다. 환헤지란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자산의 원화가치 변동을 제거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이용해 미래시점의 매입·매도 환율을 현 시점에 미리 고정하는 것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금리 역전으로 인한 농협생명의 올해 환헤지 손실 비용은 2000억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 손실비용이 1000억 원에 가까웠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되는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지금 같은 환율 흐름이 지속된다면 환헤지 여건 개선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2015~2016년에 걸쳐 외화증권을 많이 늘렸던 생보사들은 가중된 헤지 비용 부담을 한동안 안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한·미 금리 역전으로 손실이 계속 커지는데도 농협생명의 매도할 수 있는 외화채권 비중이 약 11%에 불과하다.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국내 빅3 생보사의 매도 가능한 외화채권 비중이 81%인 것과는 정반대의 비중이다. 손실이 나는 채권 계정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하는 작업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선 2022년까지 유예됐던 IFRS9을 선적용 하는 것이 대안 중 하나다. IFRS9 기준서에 일부 유가증권을 재분류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 삼아 해외채권을 재분류 하려는 것이다. 농협생명은 이 부분에 대해 회계 법인의 자문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농협금융지주에서도 반기는 대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 회계(IAS39)에서도 채권 재분류를 할 수는 있지만, 지주 재무제표에는 기준에 근거하지 않은 유가증권 임의 재분류가 된다”며 “지주로서는 회계 감리 이슈가 생길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생명은 장기적으로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채권 재분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지금 채권 재분류를 하게 된다면 당장은 지급여력(RBC)의 시기를 본 후 재분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리스크 관리를 위해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환헤지 비용을 보고만 있는 게 맞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주의 자본 확충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자체적인 자구책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