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대규모 점거 시위가 일어났던 홍콩국제공항이 정상을 되찾았다. 그러나 지난 이틀간 979편의 항공편이 취소되는 등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12일과 전날 대규모 점거 시위로 항공편 운항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던 홍콩국제공항은 14일 오후 들어 정상을 되찾았다.
다만 항공 스케줄 재조정 등으로 이날 오후 2시 30분 현재 63편의 도착편 항공기 운항과 63편의 출발편 운항이 취소됐다. 홍콩 정부는 이틀간의 집회로 모두 979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의 경우 지난 이틀 동안 272편의 항공편이 취소됐고, 5만5000여 승객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공항 당국은 공항 점거 시위와 관련해 홍콩 법원이 발부한 임시 명령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임시 명령에 따르면 공항 내 시위는 터미널 도착장의 양쪽 끝 출구 옆 두 곳에서만 허용된다. 출국장을 비롯해 이 두 곳을 제외한 모든 구역에서 시위가 금지된다.
집회가 허용된 구역은 공항 이용객들이 많이 이동하는 구역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 곳이다.
공항 측은 이 임시 명령을 어기고 시위를 벌이거나 방조, 교사하는 사람은 '법정 모독' 혐의를 적용받아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위대는 지난 11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경찰의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한 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 12일부터 공항 점거 시위에 나섰다.
이로 인해 이틀간 580여 편의 항공편이 취소되면서 홍콩으로 향하는 하늘길이 사실상 막혔다.
전날 밤에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벌어졌고,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 기자를 비롯한 중국 본토인 2명이 공항에서 시위대에 의해 구금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들은 병원에 입원했다가 이날 퇴원했다.
시위대가 한 경찰의 곤봉을 빼앗자 흥분한 경찰이 시위대에게 권총을 겨누는 장면도 목격됐다.
일부 시위대는 이날 온라인에 사과의 글을 올려 "항공편 취소와 여행 변경 등은 우리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며 "홍콩인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으며, 우리의 어려움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홍콩 시위대가 즐겨 찾는 메신저 텔레그램에 시위 지도부는 추가적인 공항시위를 보류하겠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한편 홍콩의 대규모 도심 시위를 주도했던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일요일인 18일 빅토리아 공원에서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시위와 행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인권전선은 집회 신청서에서 30만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보다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