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투데이와 만나 “올해 기준으로 대학들이 수시모집을 통해 대입 정원의 70% 정도를 충당하고 나머지 30%는 정시를 통해 뽑는다. 비중이 서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월이 되면 대입 수시모집 접수가 본격 시작된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인생의 가장 큰 관문 중 하나인 대입 ‘개시일’이 한 달 남았다는 의미다. 학부모와 고3 수험생들은 사활을 걸고 전력을 다할 시기다. 이때부터 내년 초 대입이 마무리될 때까지 수험생보다 훨씬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 자타공인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입시전문가인 임성호 대표다. 입시 관련 뉴스나 기사에서 최대 빈도로 이름을 올리는 인물이고 각종 입시설명회를 통해 학부모들과 수험생들에게 가장 많이 노출되는 전문가이기도 하다. 임 대표는 수시 모집이 시작되면 입시설명회 및 각종 일정으로 거의 매주 주말을 반납해야 할 정도로 바쁘다.
최고의 입시전문가는 수시제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몇 년간 ‘수시대세’로 이어져 온 입시 환경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그는 “입시제도의 허점이 많이 노출된 만큼 교육당국이 새로운 정책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 “수시가 오히려 학교 현장을 붕괴시킨다” = 임 대표가 수시 비중 축소를 주장하는 이유는 교육당국이 수시를 대입의 전면에 내세우며 강조했던 ‘공교육의 정상화’가 수시로 인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긍정적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입은 크게 학생부종합전형 등 서류심사와 면접 등으로 구성되는 수시모집과 수능 성적으로 합격 여부를 판가름하는 정시로 나뉜다. 단 한 번의 수능 준비를 위해 과도한 사교육이 이뤄지는 데다 학생들은 학교수업에 충실하지 않고 사교육에 의존하는 현실을 바꾸겠다고 교육당국이 내놓은 대책이 수시전형이다. 학교내신과 자기소개서를 포함해 교내수상경력, 대외활동 등에 관해 교사가 기록하는 학교생활기록부로 구성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수시의 대표적인 형태다. 제출된 서류를 갖고 대학에서 입학사정관들이 심사를 통해 선발하는 절차로 운영된다. 쉽게 말해 투명하게 과정과 결과가 공개되는 전형이 아니다 보니 누가 어떻게, 왜 뽑혔는지에 대해 전적으로 수긍할 수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임 대표는 “학종의 선발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지침을 주기도 어려운 현실이라 결국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사교육에 돈을 쓴다고 해서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수능 준비를 하는 것이 더 공정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작년 한 설문조사에서 고3 수험생들의 70%가 수시모집이 불공정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작년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내신 성적조작사건도 좋은 학생부를 위한 뒤틀린 욕망이 만든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냉정하게 말해서 수능 준비에 투자하면 점수가 올라가는 것이 눈에 보이기라도 한다”며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활용한 각종 컨설팅 등이 난무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임 대표는 또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중간고사, 기말고사 준비에다 수시원서 한 번씩 쓸 때마다 모두 돈이다”며 “수시 서류 컨설팅에 돈 쓰고 학생부 문장 수정에도 돈을 쓴다. 이렇게 사교육에 돈을 퍼붓고도 수시에 실패하면 또 수능 준비에 학원비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사교육을 더 조장하는지 냉정히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결국 정부가 수시운영에 관해서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시를 통한 공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임 대표는 “‘깜깜이 입시’라는 비판이 커지니까 수시 전형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공개를 해도 문제는 마찬가지”라며 “특정요소가 합격의 ‘킬링포인트’가 된다는 게 알려지면 또 이를 겨냥한 사교육이 판을 칠 것이기 때문에 투명하게 운영을 해도 그렇지 않아도 불만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에서 졸업정원제를 운영한다면 수시제도를 권장할 수 있겠지만 입학이 곧 졸업인 국내 상황에서는 현실성이 없다”며 “최대한 잡음 없이 누구나 결과를 수긍할 수 있게 공정하게 뽑아야 하는 것이 입시”라고 덧붙였다.
과학고와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등 특수목적고의 명문대 독점을 막고 설립 목적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적도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수년간 명문대 입학자들을 분석한 결과 수시 비율이 높아졌다고 일반고 출신들이 명문대에 가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며 “오히려 과도한 내신 경쟁에 지친 학생들이 자퇴 뒤 검정고시 준비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대학 서열을 고착화한다” = 수시전형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오히려 지방대라고 그는 주장했다. 지역 대학들이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그는 “수시를 통해 70% 이상을 뽑는 상황에서 내신이 우수한 학생들은 대부분 지방대가 아니라 ‘인서울 주요 대학’ 수시모집에만 집중하게 된다”며 “안 그래도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유치가 쉽지 않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방 대학의 처지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주요 상위권 대학들의 정시 비율 일정 부분 이상을 늘리지 않으면 지방 대학들은 수시모집을 통해 학생을 모집하기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고사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학 서열만 공고하게 만든다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대학정보 공개 포털 ‘대학알리미’ 자료를 보면, 결국 서울 시내 하위권 대학 입학생들의 ‘반수’ 비율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수시 결과에 대해 인정을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난다는 방증이다. 수시를 통해 입학한 대학보다 수능을 준비하기 위한 재수를 통해 더 좋은 대학으로 찾아가는 행렬이 이어지며 대학 서열이 더 확실해진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수능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 하지 말자고 마련한 제도가 오히려 공정하지 못한 것으로 입증되는 것”이라며 “대입 정원의 20% 정도만 고교 시절 교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을 수시로 뽑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현실적인 비율로도 맞다”고 말했다.
◇“수시모집 한 달 전… 아직 늦지 않았다” = 임 대표는 수시전형 한 달여를 앞두고 수험생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우선 고3 수험생들은 최대한 수시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른바 ‘불수능’이 몇 년째 반복되면서 재수생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수능보다는 수시가 유리할 것이라는 조언이다.
임 대표는 “학생부 기록 마감이 8월 31일이기 때문에 늦어도 8월 25일까지는 방학 기간 활동 내역, 학생부 비교과 누락 기록 등을 철저히 살펴 누락 부분이 있다면 늦어도 8월 25일 이전까지는 담당교사에게 수정 보완을 요청해야 한다”며 “학생부 기록 중 동아리, 자율활동, 진로활동, 교과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부분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보고서 등 추가 제출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수시 준비와 더불어 수능 준비도 게을리하지 말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대, 고려대 등 주요대 정시 확대에 따라 수시 이월인원까지 고려하면 대학별로 정시 선발 비율이 최대 40%대까지 높아질 수 있다”며 “대학 및 학과 선정을 최대한 빠르게 결정짓고, 자기소개서 작성을 빠르게 마무리한 뒤 수능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