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해법을 위한 한국과 일본 외무장관의 담판이 불발되면서 공은 중재자로 나선 미국으로 넘어갔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한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이 2일(현지시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태국 방콕에서 3국 외무장관 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1일 보도했다. 2일은 일본 정부가 수출 절차 우대국인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시행령 개정을 각의에서 처리하기로 한 날이다.
신문은 6월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처음으로 만난 한일 외무장관 회담이 평행선으로 끝난 가운데 이뤄지는 3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미국이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미국은 자국의 아시아 최대 동맹국인 한일 두 나라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대북한 및 대중국을 둘러싼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일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이 한국으로의 첨단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래 한국으로부터 몇 차례나 중재 요청을 받았지만,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관망하는 자세였다. 그러다가 지난달 23일 러시아와 중국의 폭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고, 북한이 최근 엿새 사이 두 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강행한 가운데, 대북 정책 대응에 절실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까지 파기될 위기에 처하면서 상황이 긴박해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일 갈등을 관망만하다가 적극적인 중재 행보에 나선 이유다.
일본 NHK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외무장관 격)이 강경화 외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만나 한일 관계 개선을 전제로 대북 대응 등 안보 면에 초점을 맞춰 대화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31일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단에게 “양국은 미국의 위대한 파트너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노력에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쪽에 바람직한 상황을 찾아 도울 수 있다면 그건 미국에게도 분명히 중요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양국 갈등 해법 중 하나로 제시한 게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이다. 일본은 2일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시행령 개정을 처리할 방침인데, 분쟁 중지 협정을 맺음으로써 이를 최대한 미뤄보자는 취지다.
이런 카드까지 제시한마당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를 강행한다면 미국 측도 좌시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1일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 측은 아베 정권이 2일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는 “미국은 한일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한국 측이 나쁘다’고 생각해왔는데, 아베 정권이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 제외 절차를 강행하면 ‘일본도 나쁘다’는 쪽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일본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로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지난달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주일 미군 비용의 일본 측 부담액을 5배 늘리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일본은 미군 주둔 경비의 분담 비율이 74%에 이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0%로 잘못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