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 애플을 제치고 세계에서 현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등극했다. 애플은 10년 만에 왕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3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파벳은 지난 2분기에 현금과 유가증권 등 현금성 자산 보유액이 1170억 달러(약 139조 원)를 넘었다.
반면 애플은 최고 고점이던 2017년 말의 1630억 달러에서 지난 2분기 1020억 달러로 보유액이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알파벳이 200억 달러 가까이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애플은 10년간 세계 최대 현금 보유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면서 그만큼 주주들로부터 막대한 유보금을 그냥 쌓아놓기만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칼 아이칸이 6년 전 애플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 등 주주환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말 감세 정책을 시행해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놓았던 막대한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와 주주환원에 쓸 수 있는 여지를 줬다.
애플은 그런 변화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애플이 지난 18개월간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에 쓴 돈은 1220억 달러에 달했다. 그밖에도 연구·개발(R&D)에도 막대한 돈을 투입했다. 애플의 지난해 R&D 예산은 전년보다 23% 증가한 142억 달러였다.
다른 IT 기업들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스는 현금 보유액이 지난 2017년 말 감세 전의 350억 달러에서 현재 110억 달러로 줄었다.
알파벳은 주주환원 대신 새로운 시장 개척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다. 알파벳은 4년 전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이래 분기당 평균 17억 달러를 이 용도로 쓰고 있다.
반면 뉴욕 같은 대도시에 사무실을 추가하고 성장하는 클라우드컴퓨팅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을 확대했다. 그 결과 알파벳의 자본지출은 2017년의 약 130억 달러에서 지난해 250억 달러로 증가했다.
루스 포랏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부동산 투자는 일회성에 불과한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한 분기당 자본지출의 약 70%는 서버와 기타 장비 구입에 쓰여진다”고 말했다.
유세프 스퀄리 선트러스트로빈슨험프리 애널리스트는 “구글은 막대한 연산능력을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AI)을 지원하고자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며 “그러나 AI에 대한 지출은 더 많은 매출로 연결된다. 이로 인해 월가는 지출 급증에 전반적으로 편안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알파벳도 이제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알파벳 이사회는 지난주 자사주 매입 예산에 250억 달러를 추가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에 알파벳의 올해 자사주 매입 총 예산은 375억 달러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