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로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이 소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대상은 ‘처음처럼’이다. 불매운동으로 인해 어렵게 확보한 시장점유율 20%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처음처럼이 불매운동의 대상에 포함된 것은 제조회사와 연관이 있다. 처음처럼은 롯데칠성음료가 제조‧판매한다. 일부 시민은 롯데칠성음료가 아사히 맥주를 국내로 수입하는 ‘롯데아사히주류’의 지분율 50%를 갖고 있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롯데아사히주류는 롯데칠성음료가 아사히그룹홀딩스와 함께 2000년에 설립한 회사다. 지분율은 각각 50%이지만, 아사히그룹홀딩스가 주식을 2주 더 가지고 있다.
롯데아사히주류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아사히 맥주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핵심 품목'에 포함돼 있다. 불매운동에 가담하는 시민들과 누리꾼들은 '아사히 맥주는 마시지 않겠다'라고 선언한 상황. 이 때문에 일본 맥주 매출액은 전달 같은 기간보다 30.1% 줄었고, 아사히 맥주는 매출액 순위 2위에서 6위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칠성음료가 아사히 맥주를 들여오는 회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온ㆍ오프라인에서는 처음처럼도 사 먹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회사의 소주가 대체재로 있는 만큼, 처음처럼을 꼭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임영준(29) 씨는 “아사히가 그동안 수입 맥주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이지만,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이제는 잘 안 사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 씨는 “여기에 아사히 맥주를 수입하는 곳이 처음처럼을 만드는 곳과 관계있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되도록 다른 소주를 선택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매일 처음처럼만 사다가 오랜만에 참이슬을 사 왔다”라는 글이 공감을 얻고 있다. “처음처럼이 아니더라도 대체재는 많다”라는 댓글도 큰 호응을 얻었다.
술집에서도 처음처럼에 선호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업주의 설명이다. 서울 이태원 부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이모(27) 씨는 “참이슬을 처음처럼보다 더 많이 들여오는데, 장사하다 보면 먼저 동나는 것은 참이슬”이라면서 “최근 일본 불매운동과 맞물려 처음처럼을 찾는 손님이 줄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불매운동이 맥주에서 소주로 확산할 경우, 처음처럼의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처음처럼은 작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20%를 돌파하는 상승세를 그렸지만, 다시 10%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것. 참이슬의 경우 시장점유율 약 50%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술은 기호식품인 만큼,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최근 일본 불매운동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처음처럼이 적극적인 불매운동 대상에 포함된다면 점유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점유율 축소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현재까지 판매에 큰 어려움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사 댓글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불매운동 반응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라면서 “(날씨가 더워지는) 계절적 요인으로 소주 판매가 다소 감소할 수는 있지만, 불매운동에 영향을 직접 받은 것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에서 주류부문은 ‘롯데주류’가 맡고 있다”라며 “과거 모 주류회사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롯데로 오게 됐다. 모두 한국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이라 일본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