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오는 9월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행추위 신설을 금융위원회에 요구할 예정이다. 7월 중순에 이뤄지는 은행 내부 인사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행추위 신설과 관련된 성명을 발표하고 공식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조준희·권선주 전 기업은행장 선임 당시에도 행추위를 통해 행장 추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자행 출신 인사들에 대한 내부 평가도 진행하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행장의 조건을 조사했다. 노조는 올해도 직원들 의견을 수렴해 직원들이 원하는 행장이 후보에 오를 수 있도록, 행추위 신설을 요구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이 행추위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정관 변경이 필수 요건이다. 이를 위해 이사회와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금융위 인가를 받아야 한다. 금융위가 정관 개정에 최종 승인을 내리지 않으면, 행추위 신설은 불가능한 구조다.
그러나 금융위는 기업은행의 행추위 신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금융위가 가지고 있는 행장 임명제청권이 약해질 것을 우려해서다. 일반적으로 기업은행장은 금융위가 제청한 후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만약, 기업은행 내부 행추위에서 행장을 추천할 경우 금융위 제청권에 힘이 빠지게 된다.
이같은 구조 탓에 매번 차기 행장 인선 과정에서 잡음이 나왔다. 조 전 행장과 권 전 행장을 거쳐 김도진 행장까지 3연속 내부 출신 은행장이 나왔지만, 이전에는 관료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은행장 자리에 속속 내려앉았다. 최근 차기 행장으로도 정은보·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하마평에 오르는 것도 이같은 선례 때문이다.
내부 직원들은 행추위 신설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동안 금융위 결정으로만 행장 후보가 추려지면서 행장 선임에 내부 직원들의 분위기가 반영되지 않았다. 직원들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추천 과정을 위해 행추위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행장 추천 과정을 변경하는 것과 관련해 딱히 검토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면서 “기업은행 정관 개정과 관련된 사항도 현재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같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금융위 제청을 거쳐 청와대가 최종 임명하는 행장 선임 과정이 동일하다. 이와 달리 시중은행은 모두 자행 내부 기구를 통해 행장을 선임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2015년 신설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2016년 신설된 지주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및 임추위에서 행장 후보를 추천하고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결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