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 사는 주부 김미지(37) 씨는 일주일 전 수돗물 필터를 10만 원어치나 구매했다.
인천과 서울에서 연이어 ‘붉은 수돗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부천의 수돗물도 깨끗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김 씨는 “아이를 씻기다 피부병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필터를 주문했다”라면서 “필터를 쓰지 않더라도 안심하고 수돗물을 이용했으면 한다”라고 걱정했다.
‘붉은 수돗물 쇼크’로 수돗물 필터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깨끗한 수돗물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인터넷 쇼핑몰 다나와의 통계에 따르면 수돗물 필터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5월부터 6월 말까지 판매량이 300% 이상 늘어났다. 특히,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5월 말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 필터 판매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주로 아이가 있는 집이 필터를 구매했는데 최근 일을 계기로 일반 가정집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량 구매 빈도가 늘고 있다는 것도 전과 다른 양상”이라면서 “수돗물에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니겠냐”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집에서 취하는 조치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노후 수도관 교체나 관리 강화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후 수도관에 대한 진단을 시작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현재 국내 수도관 중 설치된 지 21년이 넘은 노후 수도관은 전체의 약 32%다. ‘붉은 수돗물 쇼크’가 시작된 인천 상수도관도 1998년에 매설된 노후 수도관이었다.
구자용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사람이 건강 관리를 받는 것처럼 수도관도 ‘기술 진단’을 실시해 노후 수도관의 상태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이어 “기술 진단 이후 수도관을 교체할지, 유지‧보수할지, 세척만 할지 결정하는 만큼, 전국 수도관 중 매설이 오래된 수도관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공급'에 신경 썼다면 이제는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과거보다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것과 발맞춰 수돗물도 질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수도관 안에 이물질이 쌓이는 것을 막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라면서 “‘붉은 수돗물 사태’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척이나 관리면에서 체계적인 계획과 방법을 수립해 물 관리에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후 수도관 중 교체해야 할 것은 교체해야 하지만, 그전에 수도관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수도관 끝부분(관말)은 정기 세척에도 이물질이 남아있을 수 있으니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