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사과연구소, 국산 신품종으로 일본 사과 잡는다

입력 2019-06-19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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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에스·피크닉 등 우수 신품종 잇따라 개발…프랑스·미국 등으로 수출도 모색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소 관계자가 사과 농장에서 신품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농진청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소 관계자가 사과 농장에서 신품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농진청
농촌진흥청 사과연구소가 국산 품종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품종을 제치고 신시장을 개척한다는 구상이다.

사과는 국내에서 쌀 다음으로 경제적 가치가 큰 작물이다. 연평균 국내 사과 생산액만 1조3368억 원이고, 사과 산업에서 파생되는 부가가치(8810억 원)를 합치면 경제적 가치가 2조 원이 넘는다.

그러나 아직까진 후지(부사) 등 일본 품종이 국내 사과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후지계 품종이 사과 농가의 74%를 차지한다. 여기에 열대과일과의 경쟁, 기후 변화, 농촌 고령화 등이 겹치면서 국산 사과 품종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사과연구소가 찾은 돌파구는 중·소과(中小果)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간편식 수요가 늘면서 큰 과일보다는 적당한 사이즈의 먹기 편한 과일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중소과는 대과보다 열매 솎기, 잎 따기 등 품도 덜 들어 고령 농민이 기르기도 쉽다.

▲루비에스
▲루비에스
사과연구소는 20년 전부터 중소과 연구에 들어가 2008년부터 잇따라 신품종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국산 사과 품종의 농가 점유율이 18.8%까지 올랐다. 루비에스와 피크닉, 황옥이 사과연구소가 내놓은 대표작이다.

탁구공만 한 크기의 미니 사과인 루비에스는 단맛이 좋고 껍질째 먹을 수 있어 먹기에 편하다. 기를 때도 경쟁 품종인 일본의 알프스오토메보다 낙과(落果)가 적게 나오고 저장성도 좋다. 최근에는 항산화 기능성까지 입증됐다. 루비에스를 맛본 한 과일 도매상은 “전체적인 면에서 알프스오토메가 루비에스를 이기기가 힘들다고 생각되며 앞으로 미니사과는 루비에스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크닉
▲피크닉
테니스공만 한 중과인 피크닉과 황옥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피크닉은 단단하고 아삭아삭한 맛이 장점이다. 경북 예천군은 일찌감치 피크닉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지역 특화 품종으로 육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새콤달콤한 맛으로 젊은 층을 겨냥한 황옥은 주스용으로 인기가 좋다. 사과연구소는 앞으로도 기능성 사과, 기온 상승에 적응할 수 있는 사과 등 미래 환경과 소비자 입맛에 맞는 사과를 계속해 내놓을 계획이다.

▲황옥
▲황옥
사과연구소는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국산 사과 품종 시장을 넓힌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사과연구소는 프랑스와 미국 등에서 루비에스 등 중소과 품종 수출을 위해 적응성 시험을 하고 있다. 일본에선 대과(大果)를 선호하는 시장 특성에 맞춰 아리수, 홍로 등 국산 대과 품종을 중심으로 품종 보호(신품종 육성자의 배타적 권리를 보호하는 일종의 ‘식물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남방 국가에서도 다양한 시식 행사를 열어 한국 사과의 맛을 알리고 있다.

사과연구소는 신기술을 활용한 똑똑한 농장을 만드는 데도 힘쓰고 있다. 국내 사과 산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노동 시간이 길고 인건비가 높아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과연구소는 자동 농약 살포 시스템과 딥러닝 기반 해충 자동진단 프로그램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다양한 농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율 가지치기(전정) 기계, 사과 수확 로봇까지 개발하는 게 사과연구소의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 신기술을 시험할 ‘미래 사과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기로 했다. 사과연구소는 사과 산업의 스마트화(化)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사과 재배에 드는 노동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국산 사과의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교선 사과연구소장은 “앞으로 기후 변화 등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분자 생물 등 신기술을 접목해 우리나라 사과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미래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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