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국내에서 쌀 다음으로 경제적 가치가 큰 작물이다. 연평균 국내 사과 생산액만 1조3368억 원이고, 사과 산업에서 파생되는 부가가치(8810억 원)를 합치면 경제적 가치가 2조 원이 넘는다.
그러나 아직까진 후지(부사) 등 일본 품종이 국내 사과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후지계 품종이 사과 농가의 74%를 차지한다. 여기에 열대과일과의 경쟁, 기후 변화, 농촌 고령화 등이 겹치면서 국산 사과 품종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사과연구소가 찾은 돌파구는 중·소과(中小果)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간편식 수요가 늘면서 큰 과일보다는 적당한 사이즈의 먹기 편한 과일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중소과는 대과보다 열매 솎기, 잎 따기 등 품도 덜 들어 고령 농민이 기르기도 쉽다.
탁구공만 한 크기의 미니 사과인 루비에스는 단맛이 좋고 껍질째 먹을 수 있어 먹기에 편하다. 기를 때도 경쟁 품종인 일본의 알프스오토메보다 낙과(落果)가 적게 나오고 저장성도 좋다. 최근에는 항산화 기능성까지 입증됐다. 루비에스를 맛본 한 과일 도매상은 “전체적인 면에서 알프스오토메가 루비에스를 이기기가 힘들다고 생각되며 앞으로 미니사과는 루비에스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연구소는 신기술을 활용한 똑똑한 농장을 만드는 데도 힘쓰고 있다. 국내 사과 산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노동 시간이 길고 인건비가 높아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과연구소는 자동 농약 살포 시스템과 딥러닝 기반 해충 자동진단 프로그램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다양한 농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자율 가지치기(전정) 기계, 사과 수확 로봇까지 개발하는 게 사과연구소의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 신기술을 시험할 ‘미래 사과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기로 했다. 사과연구소는 사과 산업의 스마트화(化)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사과 재배에 드는 노동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국산 사과의 가격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교선 사과연구소장은 “앞으로 기후 변화 등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분자 생물 등 신기술을 접목해 우리나라 사과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미래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