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18일(현지시간) 자체 개발한 가상화폐 ‘리브라(Libra·천칭자리)에 대한 세부 사항을 공개하고, 내년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리브라를 통해 페이스북은 광고에 치중된 사업을 다각화하는 한편 월가가 오랫동안 지배해왔던 금융 서비스로 영역을 넓혀 나가려 한다고 WSJ는 설명했다. 리브라가 현금이나 신용카드 등 기존 결제 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브라는 가상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채택했으며 일반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서로 송금하거나 쇼핑 결제에 쓰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적으로 이용자가 약 27억 명에 달해 리브라가 보급되면 은행 등 기존 금융산업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아웃사이더였던 가상화폐가 주류로 올라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날 금융 서비스 업계의 거물인 비자와 마스터카드, 페이팔홀딩스는 물론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테크놀로지와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 등 약 30개사가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됐던 급격한 가격 변동을 막기 위한 시스템도 도입한다. 페이스북은 “리브라가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와 일정 비율로 교환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가치안정화폐)’의 일종”이라며 “안전하고 확장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가상화폐”라고 설명했다. 가격이 안정되면 그만큼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송금과 결제 등에 쓸 수 있다.
리브라가 작동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직접 운영하는 대신 스위스 제네바에 별도의 비영리단체인 리브라협회를 설립해 공인 판매인을 통해 리브라를 발행하고 유통한다. 고객들은 페이스북 자회사인 캘리브라(Calibra)로부터 디지털 월렛을 내려 받고 나서 공인 판매인 사이트에서 리브라를 구입한다. 리브라로 스포티파이와 우버 요금을 결제할 수 있다. 파트너 기업들은 재판매업체에서 리브라를 달러화 등 법정 통화로 교환한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를 덜고자 사회적 데이터와 금융 데이터를 분리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1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비밀리에 리브라를 개발했으며 데이비드 마커스 전 페이팔 사장이 이를 주도했다. 내년부터 리브라가 독립 앱으로 운영되며 페이스북 메신저와 왓츠앱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네트워크의 초기 목표 중 하나는 세계의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매년 송금 수수료로 이민자들이 잃게 되는 약 250억 달러(약 29조4275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P모건체이스의 더글라스 안무스 애널리스트는 “리브라가 수십 억의 사람에게 힘을 불어 넣을 수 있다면 수익원 다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애널리스트들은 리브라 공개 후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소비자 경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규모와 중요성 관점에서 우리는 이 새로운 금융 인프라가 10년 전 애플의 iOS 도입과 비슷하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