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어찌보면 개개 단위의 경제력이 작아 쉽게 무시할 수 있는 마켓을 공략한 것이다. 사회구조 피라미드의 밑을 받치고 있는 층의 고충을 풀어나가는 모델이라 하겠다. 그 예로 크레디트 카드 매출 분석을 해주는 캐시노트라는 벤처를 예로 들겠다.
캐시노트는 핀테크 성공 사례로 종종 소개되는 벤처인데, 사실 핀테크라는 설명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타깃이 소상공인이라는 것이 훌륭하다. 작은 가게, 세탁소,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많은 이들에게 회계는 어렵다. 세금, 인건비, 이윤, 영업이익 등을 계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게 운영 데이터 분석이다. 특히 현금으로 들어온 부분은 손에 만져지지만, 손님이 크레디트 카트로 지불한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수요를 파고들어 쉽게 크레디트 카드 매출 상황을 정리하고 누락 등의 실수를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보통 비즈니스 관련 소프트웨어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소상인들의 애로점에 단순한 사용방식으로 접근한 점에 찬사를 보낸다.
필자가 두 번째로 박수를 보내는 모델은 이해와 사용의 단순성을 최적화한 것이다. 특히 사용의 단순성을 위해 기존 플랫폼에 새 플랫폼을 얹어서 나가는 모델.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해 사용자 접근성과 마켓 확장을 쉽게 할 수 있었던 캐시노트도 좋은 예가 될 수 있으나, 이 모델의 대표적인 예로 근래 중국에서 폭풍성장하고 있는 텐센트의 미니앱을 들겠다.
미니앱이 기존 구글이나 애플의 앱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따로 앱을 다운받지 않고 텐센트의 메신저 플랫폼인 위챗에서 바로 열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친구가 좋은 상품이나 브랜드라고 위챗에서 추천하면 보통 메신저에서 나가 그 앱을 다운받아야 열 수가 있는데, 위챗의 미니앱은 이런 불편 없이 그 안에서 바로 구동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는 위챗 플랫폼에서만 돌아가는 것으로 앱 개발자가 이를 위해 앱을 따로 개발하여야 하는데, 현재 이 미니앱의 종류가 100만 개를 넘는다. 애플 스토어가 10년여 동안 키운 앱이 200만 개 정도임을 생각하면, 2년도 안 된 위챗 미니앱의 수는 막강하다. 이런 급성장이 바로 플랫폼 위에서 플랫폼을 구축한 결과이고, 어찌보면 당연히 생각하던 한 단계를 줄이며 사용에 필요한 과정을 최소화한 것이다. 플랫폼은 먼저 들어가 마켓을 장악한 승자를 상대할 수 없다는 공식을 깬 예이기도 하다.
세 번째로 필자가 존경하는 벤처 모델은 젊지 않은 나이에 벤처를 시작하여 큰 실패를 맛본 경험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전하여 성공한 케이스다. 그 예로 명품 중고 사이트인 ‘리얼리얼(RealReal)’을 들겠다. 이 모델의 창업자인 줄리 외인라이트(Julie Wainwright)는 초기 인테넷 붐이 일었던 2000년도 초에 애완용품 판매 사이트인 펫닷컴(Pets.com)을 운영하다 1년도 안 돼 쓴맛을 보고 문을 닫는다. 그럼에도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찾아 나섰고, 쇼핑을 좋아하는 친구가 중고 섹션에서 의류를 구매하는 것을 보고, 망한 지 1년 만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62세. 리얼리얼은 중고 명품을 주로 취급하는데,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 중고와 명품이라는 소비 행동을 결합하기 위하여 명품 감별사를 따로 채용하여 진품을 보장하고 상품의 결함 등을 꼼꼼히 제공하여 신뢰도를 높였다. 현재 창업 10년도 안 된 시점에서 900만 명이 넘는 회원과 5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공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벤처는 젊은 사람들만의 선택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낸 훌륭한 사례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통계가 있는데, 미국 벤처 창업자의 20% 정도는 65세 이상이다.
이것 말고도 필자를 감동시키는 비전들을 테스트하는 벤처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런 접근들이 사회 구성원의 질적·양적 복지를 향상시키는 사회 지속성에도 기여한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벤처이기 때문에 기존의 이해와 공식에 반하는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이 같은 방향으로 더욱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