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초고속열차 KTX가 '헝가리 다뉴브강' 여행을 홍보하는 차량내 책자를 실은 채 여전히 운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0일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이후 일주일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코레일은 광고주 계약, 헝가리 대사관과의 협찬 계약 등 수익문제 때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손병석 코레일 사장이 발행인인 월간지 'KTX 매거진' 6월호에는 '흐르는 다뉴브강처럼'이라는 제목의 헝가리 여행 안내가 실렸다. 총 15페이지 분량이다. 한국-헝가리 수교 30주년을 맞아 실린 이 기획물은 다뉴브강을 중심으로 헝가리의 역사·문화·볼거리 등을 소개한다.
이투데이 확인 결과, 'KTX 매거진'은 매달 20일 제작을 마감한다. 공식 발행일은 1일이지만, 전국 KTX 열차에 배포되는 시점은 26일이다. 제작과 첫 배포가 이뤄진 시점은 사고일보다 앞서기 때문에 이를 막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문제는 대형 사고가 일어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해당 책자를 싣고 운행 중이라는 점이다. KTX 탑승객은 여전히 다뉴브강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책자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열차 안에 비치된 책자는 지금까지 한 차례도 회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KTX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전자책에서도 4일 오후까지 삭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다뉴브강 홍보특집을 볼수 있었다. 한국철도공사의 대처는 사고 후 국내 여행사에서 '다뉴브강 유람선 투어 중단', '유람선 예약 금액 환불' 등의 대책을 내놓은 것과 대조된다.
지난 주말 KTX를 이용했다는 한 시민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무심코 차량내에 비치된 책자를 펼쳤다가 깜짝 놀랐다"면서 "공기업이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측은 "외주 제작"이라며 책임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KTX 매거진' 편집은 사보 및 소식지 전문제작사인 S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발행인은 코레일이다. 이 점을 지적하자 코레일측은 "광고주와 위약금 산정 때문에 회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른 이유를 댔다.
KTX는 매거진과 관련한 광고를 체결할 때, 일년 중 며칠 이상 KTX에 책자가 비치되는지 계산해서 계약을 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이 기간을 어기면 백명이 넘는 광고주에게 한명씩 양해를 구해야 한다"며 "열차에 놓인 매거진의 일부를 잘라내거나 가운데를 찝는 것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해당 페이지만 삭제하면 되는 온라인 전자책 역시 그대로인 것이 대해서는 "계약 문제가 걸렸다"라며 "홈페이지, 지면, 배너 등 계약이 한꺼번에 이뤄지기 때문에 삭제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헝가리대사관과의 '관계'를 이유로 댔다. 그는 "헝가리 다뉴브강 취재는 한-헝 30주년 기념으로 대사관과 함께 한 것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빼기 어렵다"라며 "이후에 하기로 예정된 다른 행사는 양해를 구하고 취소했으나 잡지 회수, 삭제는 양해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투데이가 취재를 진행하자, KTX 측은 4일 오후 2시 30분께 'KTX 매거진 6월호' 전자책에서 헝가리 다뉴브강 관련 내용을 갑자기 삭제했다. "계약 때문에 어렵다"던 조치가 순식간에 이뤄진 셈이다. 30일 사고 이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내놓은 KTX의 대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