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스캔들로 위기에 내몰린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체제 유지를 선택했다. 하지만 현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개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서 페이스북 연례 주주총회가 열렸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8건의 안건이 상정됐으나 모두 부결됐다. 이 가운데는 회사의 의결권 구조 개선과 저커버그의 이사회 의장직 사퇴 안건이 포함됐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을 모두 맡고 있다.
투표 결과를 놓고 블룸버그통신은 예견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저커버그와 그의 측근들이 의결권의 58%를 보유하고 있어 저커버그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표결 후 저커버그는 독립적인 이사회 의장을 선출하는데 왜 동의하지 않느냐는 일부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채 “개인정보보호 및 콘텐츠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현행 체제로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잇단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페이스북의 지배구조와 경영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앞서 페이스북을 공동 창업한 하버드대 동기 크리스 휴즈도 페이스북의 덩치가 너무 커졌다며 분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투자자의 83%가 회사 지배구조 개선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활동가그룹 연합은 페이스북에 투자한 미국계 자산운용사 블랙록에 저커버그의 이사회 의장 지명을 철회할 것으로 촉구해왔다. 실제 블랙록의 펀드는 페이스북의 지배구조를 재정립하는 주주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2년 전 미 대선 당시 페이스북이 약 8700만 명의 사용자 개인정보를 영국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애널리카’에 불법 유출한 사실이 지난해 밝혀져 홍역을 치렀다. 이 사건으로 저커버그는 미국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해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가짜 뉴스 유포, 페이스북라이브 테러 생중계까지 이어지면서 저커버그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