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R·리세션) 공포가 다시 시장을 뒤덮고 있다. 세계 증시가 큰 폭으로 빠지고, 미국과 독일 등 세계 주요국 국채 금리가 곤두박질치면서 리세션의 전조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재현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6bp(bp=0.01%포인트) 하락한 2.268%로, 2017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30년물 금리도 2.68%까지 떨어지면서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WSJ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증시가 하락하고 안전자산인 미국채 수요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93%, S&P500지수는 0.84% 각각 하락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39%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지난주까지 5주 연속 하락해 주간 기준으로 2011년 이후 가장 긴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국채 금리 하락으로 은행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불안에 골드만삭스 주가가 1.8%, JP모건체이스가 1.1% 각각 하락하는 등 금융주가 약세를 보였다.
유럽 채권시장도 요동쳤다. 이탈리아가 유럽연합(EU)의 재정 규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2.87%까지 치솟아 지난 2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반면 미국채와 더불어 안전자산의 대표 격인 독일 국채 분트 10년물 금리는 마이너스권에서 낙폭을 확대했다. 분트 10년물 금리는 이날 마이너스(-) 0.159%로 마감해 종가 기준으로 2016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외 시장의 영향으로 아시아 증시도 29일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5% 하락한 2023.32로 거래를 마쳤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2만1003.37로 전날보다 1.21% 떨어졌다.
특히 미국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다시 일어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이날 미국 국채 3개월물 금리가 2.36%로, 10년물 금리를 웃돌았다. 앞서 지난 3월에 금융위기 발발 직전인 2007년 8월 이후 약 11년 7개월 만에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했는데 불과 2개월 만에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50년 간 미국에서 경기 침체가 일어날 때마다 그 전에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며 ‘R’의 공포를 자극했다.
경기 둔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이상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커진 것도 투자자들을 불안케 했다. 미국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은 올해 금리인하가 두 차례 이상 일어날 가능성을 40% 이상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수석 미국 증권 투자전략가는 이날 보고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집행했던 이례적인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영향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작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한다”며 “미·중 무역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경기 둔화, 더 나아가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미·중 무역 분쟁이 투자를 저해하는 실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며 “무역 이슈는 작은 충돌에서 더 심각한 문제로 진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기업들이 공급처 변경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기업 투자를 늦추고 다양한 종류의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