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점심 서울 태평로 한은 본점 1층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당초 흐름대로 가는지 면밀히 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도 그 진행이 우리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꼼꼼히 짚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0.3%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3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인바 있다. 또 5월초 타결될 것으로 봤던 미중 무역협상이 사실상 노딜로 끝나면서 대내외 경제불확실성이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최근 급등세를 보이며 1200원선에 바싹 다가섰다. 1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95.7원을 기록해 4월말(1168.2원) 대비 6.4%(27.5원)나 급등한 바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움직임과 관련해 그는 “부총리가 아침에 말씀을 하셨다. 더 덧붙이거나 할 사항은 없다.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아침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금융시장에 지나친 쏠림현상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우 적절한 안정조치를 통해 시장안정을 유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금리인하 기대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짧게 답했다. 이 총재는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데다 미중 무역분쟁이 불확해지면서 그런 의견이 있는 듯 하다”면서도 “다음주(31일 한국은행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 말하겠다”고 전했다.
17일 기준 국고채 5년물 금리는 1.706%를 기록해 한은 기준금리(1.75%)를 밑돌고 있는 중이다. 또,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5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해서는 비교적 단호하게 답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리디노미네이션을 검토한 적도 없고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장점을 내세우나 부작용도 적지 않다.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모아지기 쉽지 않다”며 “대내외 여건이 엄중하다. 이런 때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리디노미네이션 논란은 우리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리디노미네이션을 검토하고 있지 않고 추진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총재는 올 임시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할 때가 됐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 지난달 금통위에서 리디노미네이션과 관련해 선을 그었지만, 최근 국회에서 공청회까지 열리면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