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 군 구분, 성적 하락 탓에 쉽지 않아
-정시 이전에 수시에 합격할 수 있도록 준비
◆정시모집이란?
정시는 11월 수능이 끝나고(올해 수능시험 : 11월 14일) 수시선발이 모두 종료된 시점인 12월 말에(올해 정시 원서접수 : 12월 26일~31일) 원서접수가 실시된다. 학생부와 대학별고사, 수능성적 등이 전형요소로 활용되지만, 당락 결정에 있어서는 수능 성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며, 대학에 따라 반영하는 수능과목과 각각의 반영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취득한 성적에 맞춰 유리한 대학을 선정해야 한다. 따라서 정시지원에 관한 조언은 수능성적표를 수령한(올해 수능성적표 통지일 : 12월 4일) 이후에 진행된다. 수험생이 취득한 수능성적과 수험생의 대학 및 학과 선호도에 맞춰 올해 응시자 통계와 전년도 입시 데이터를 근거로 성적반영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대학이 어디일지를 따져보는 것이 ‘정시컨설팅’이다.
정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것은 ‘모집 군’ 개념이다. 수시는 6회의 지원기회 이내에서 지원대학과 학과 선택이 자유로운 반면, 정시는 ‘가’, ‘나’, ‘다’군으로 모집 군이 분류되어 각 군에 1회 씩 총 3회 지원이 가능하다. 각 대학은 희망하는 소속 군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모집 군 구분은 원서접수 일정과 전형실시 기간에 따라 분류되지만, 사실상 군별 일정에 큰 차이가 없으므로 수험생 입장에서는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소속 군과 접수기간, 합격자 발표일과 같은 주요 일정만 체크하면 된다.
수험생은 2개 이상의 대학에 합격할 경우 정해진 기간 이전까지 반드시 하나의 대학에만 최종등록 상태로 남아있어야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타 수험생들 역시 복수합격한 대학 중 한 대학만 선택하기 때문에 대학은 최초합격자 발표 이후 등록하지 않은 결원 수만큼 추가 합격자를 발표하며 지속적으로 합격자를 충원한다. 성적에 따라 부여된 예비번호 순서대로 충원합격이 진행되며, 정시는 이러한 추가합격자의 비율이 수시에 비해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주목할 점은 정시는 최초합격자들의 성적과 추가로 합격한 최종등록자의 성적 간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정시에서 흔히 ‘막차로 합격했다’는 표현은 충원합격이 계속적으로 발생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으로도 아슬아슬하게 합격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높은 성적대가 형성된 대학(학과)일수록 선호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수험생들은 최초합격보다는 최종합격을 목표로 지원전략을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충원합격은 경영학과나 화학공학과와 같은 선호학과에서 더욱 활발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평균 성적 수준에서 합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추가합격을 통해 ‘막차’에 승차하는 전략을 구상해 보는 것이 곧 정시 입시전략 설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정시로 대학가기 어렵다?
흔히 ‘정시로 대학가기 어렵다’고 말한다. 우선 수능성적이 기대만큼 잘 나오지 않아서다. 3월, 6월, 9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거치며 지속적인 성적 하락을 경험하는 수험생들이 상당히 많다. 성적 하락의 원인으로는 상위권 재수생을 포함한 전국단위 경쟁에서의 점수 취득의 어려움, 고교 전 과정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시험범위, 단 한 번 치르는 수능시험에 대한 중압감, 해마다 발생하는 과목별 난이도 조절 실패로 인한 변수, 수능 시험일이 다가올수록 하락하는 집중력 등의 다양한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수능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취득할 수 있다면 정시지원이 수월하겠지만, 복합적인 장애 요소들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실제 수능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는 수험생들이 많아 정시는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모집 군 구분이라는 정시 지원체제는 정시 진학을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성적대가 비슷한 대학이 같은 모집 군에 포진한 상황이라면 지원자는 통학 거리 등의 요소나 개인의 선호도를 고려하여 한 대학만 선택해야 한다. 만약 비슷한 성적 수준에서 진학을 희망하는 대학이 가, 나, 다군에 걸쳐 골고루 포진된 상황이라면 지원 기회를 충실하게 활용할 수 있겠지만, 희망대학이 일정한 모집 군에만 몰려 있는 상황이라면, 3회의 지원 기회를 충실히 활용하기가 어렵다. 특히 다군은 가, 나군에 비해 선발 대학과 인원이 상당히 적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지원 대학 선정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합격 가능 점수도 가군과 나군의 비슷한 대학에 비해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결국 다 군은 많은 수험생들이 일명 ‘버리는 군’으로 간주하고 가군과 나군의 2회의 지원기회에 주력하여 지원전략을 설정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결국 주어진 3회의 지원기회 중 실속 있는 활용기회는 2회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상향 지원을 고집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최종적으로 정시에 불합격했다면 수험생은 재수의 길에 들어서야 한다. 물론 정시가 종료된 직후 미등록 인원만 선발하는 추가모집의 기회가 존재하지만, 각 대학별로 미등록 인원만 짧은 기간 내에 선발하기 때문에 선발인원이 극히 미미하며, 선발학과도 유동적이라 합격 성적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시를 마지막 기회로 여겨야 한다. 실제적으로 마지막 기회인 정시에서 가, 나, 다군 모두 상향 지원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수험생들도 이점을 잘 알기 때문에 희망 대학과 학과를 포기하고 적정 및 안정지원을 중심으로 지원 전략을 설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정시 이전에 이미 수시에서 불합격을 경험하고 어쩔 수 없이 정시에 도전하는 수험생들이 증가되면서 안전한 정시 합격을 최우선의 목표로 설정하고, 적정 및 안정지원을 선택하는 경향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안정적인 지원의 결과는 취득한 수능성적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진학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많은 수험생들은 정시로 대학 진학이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복잡한 수시에 비해 수능성적의 차등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정시는 쉽게 이해하고 간단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선의 전략은 수능에서 고득점을 취득하기 위해 자신만의 학습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학업에 전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 비해 단점이 더 많은 것이 정시다. 앞서 언급한 어려움 이외에도 수능 체제의 변화(A/B유형 분류와 폐지, 한국사 필수, 영어 절대평가 시험 범위의 변경 등)와 더불어 입시정책의 변화가 매년 수험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정시 합불 예측은 누적된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시행되는데, 체제가 변한다면 기존 자료의 신뢰도는 하락할 수밖에 없고, 이는 정시 합불 예측을 어렵게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험생들은 다소 모험적으로 정시라는 마지막 기회에 도전하도록 내몰리게 된다. 지난 노력에 비례하는 정당한 진학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시 이전에 수시에서 희망대학에 합격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