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납품을 중개해주겠다며 중소업체로부터 100억 원어치에 육박하는 돼지고기를 납품받은 뒤 이를 가로챈 육류 유통 중개업체 대표가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돼지고기 유통업체 대표 A(45)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해 최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대금을 지급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으면서 중소 육류 유통업체 3곳에서 돼지고기 약 92억 원어치를 납품받은 뒤 이를 대기업 계열 리조트업체 H사에 전달하고는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중소업체 한 곳으로부터는 고깃값으로 20억 원을 받고, 고기를 내주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H사 측에 고기를 납품하거나, 반대로 H사 측에서 고기를 떼어 유통업체에 판매하는 등 영업을 해오던 중 누적된 외상거래와 환율ㆍ육류가격 변동 등으로 H사에 대한 채무가 불어나자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가로챈 돈을 H사에 진 157억 원 규모 채무를 갚는 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업자들이 항의하자 “H사가 고깃값을 주지 않을 줄 몰랐다”고 변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납품업자들의 고소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H사 관계자들도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납품한 고깃값만큼 채무를 줄이는 등 과정에서 A씨가 H사의 담당 직원과 미리 공모했다고 본 것이다.
경찰은 해당 거래를 담당한 H사의 차장급 직원 B씨와 이사급 C씨도 사기 혐의로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