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스마트폰이 판을 치는 시대에 구글이 가격과 기능을 모두 잡은 가성비 ‘갑’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놨다고 CNBC방송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스마트폰 업계는 고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2월에 선보인 ‘갤럭시 폴드’는 기본 사양이 1980달러(약 230만 원)였다. 저가를 무기로 시장을 잠식해 오던 중국의 화웨이테크놀로지도 고가폰 시장에 뛰어들어 폴더블폰인 ‘메이트X’을 삼성보다 더 비싼 가격에 공개했다.
예상을 뛰어 넘는 고가 스마트폰에 대해 시장은 우호적이지 않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를 늘리며 치솟는 가격에 대응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애플의 아이폰 매출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8년 스마트폰 출하량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마리오 퀘이로스 구글 제품관리담당 부사장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느려지고 있다”며 “사람들이 한 번 구입한 스마트폰을 더 오래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추세에 구글이 반기를 들었다. 기본 가격이 399달러부터 시작하는 ‘픽셀 쓰리에이(Pixel 3a)’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가격은 기존의 절반으로 대폭 낮추면서도 소프트웨어와 카메라 등 기능도 포기하지 않은 게 주목할 만하다고 CNBC는 평가했다. 애플과 삼성을 포함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최근 추세를 고려해 가격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폰XR는 799달러에서 시작하고 삼성의 S10e는 749달러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글과 가격면에서 비교하긴 힘들다.
구글의 이번 전략은 시행착오의 결과다. 구글 역시 지난해 799달러부터 시작하는 고가폰(Pixel 3)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매출 실적이 저조했다. 루스 포랏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많은 소비자들이 출시 때 가격을 보고 시장을 떠나버렸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구글은 거품기를 걷어내고 실속있는 기능을 담은 스마트폰에 주력했다고 CNBC는 평가했다. 또한 기존에 버라이존에서만 독점 판매했던 ‘콧대’ 높은 전략을 버리고 이번에 출시한 스마트폰은 티모바일, 스프린트, 버라이존 등에서 모두 출시했다. 마리오 퀘이로스 부사장은 “비싸다는 이유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늘어나는 현상은 시장에도, 소비자에게도 좋지 않다”며 “기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적정한 가격에 초점을 맞춘 이유”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틈새 전략이 스마트폰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