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세가 뒷걸음질 치면서 소위 R(리세션·recession)의 공포로 불리는 경기침체 우려가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민간소비와 설비 및 건설투자, 수출 등 좋은게 없는 가운데 그나마 경제를 떠받쳤던 정부부문마저 주춤한 모습이다. 다만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본격 집행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반도체 시장 회복 가능성 등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5% 달성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가 0.1%(전기대비 기준, 이하 동일) 증가해 2016년 1분기(-0.2%) 이후 가장 낮았다. 따뜻했던 날씨에 의류 판매가 부진했던데다, 감기환자가 줄어 의료서비스가 줄었기 때문이다. 현대차 신형 쏘나타가 출시 후 판매중단을 겪었고, 배기가스 규제로 해외자동차 수입이 차질을 빚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건설투자도 0.1% 감소해 직전분기 반짝 상승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비주거용 건물을 제외한 주거용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줄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을 중심으로한 기계류와 자동차·항공기·선박 등 운송장비가 모두 줄어 10.8% 급감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분기(-24.8%)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수출 역시 2.6% 줄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기 및 전자기기를 중심으로 감소했다. 수입도 3.3% 감소해 지난분기 반짝 상승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기계 및 장비, 원유·천연가스 등 광산품 등이 줄었다.
정부소비 역시 0.3% 증가에 그쳐 지난해 2분기(0.3%) 이후 가장 낮았다. 감기환자 축소에 건강보험급여비 지출 증가폭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순수출 기여도는 0.2%포인트로 역시 한분기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반면 내수는 -0.5%포인트로 한분기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 부장은 “성장세가 낮아졌다. 기여도 측면에서 정부의 마이너스 폭이 컸다. 작년 4분기 지방선거 이후 미집행됐던 재정지출과 연말 예산집행률을 높였던 기저효과가 커 보인다”며 “여기에 수출이 좋지 않았고, 날씨와 자동차 공급차질 등 이례적 요인들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올해 SOC 사업을 늘렸다. 다만 대부분 신규사업들로 집행까지는 시차가 있다. 추경과 함께 하반기엔 반도체 경기도 개선될 것이다. 실제 2~3월부터 반도체 수출물량은 플러스로 돌아서는 추세”라며 “1분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2분기엔 1%대 초반 성장세를 기대한다. 3~4분기 0%대 후반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올해 한은의 경제성장 전망치 달성은 가능하지 않을까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0.2% 증가했다. 다만 전년동기대비로는 -0.6%를 기록해 2009년 1분기(-2.5%) 이후 가장 저조했다.
신 부장은 “GDI는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전기대비로는 GDP보다 높았다. 다만 반도체 가격 하락 등 영향에 수출이 부진하면서 전년동기대비로는 GDP보다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