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에 따르면 이날 오전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 있는 가톨릭 성당 한 곳과 외국인 이용객이 많은 주요 호텔 3곳에서 거의 동시에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이 일어난 호텔은 총리 관저 인근의 시나몬 그랜드 호텔과 샹그릴라 호텔, 킹스베리 호텔로 모두 외국인 이용객이 많은 5성급 호텔이다.
비슷한 시각 콜롬보 북쪽에 위치한 네곰보의 가톨릭 교회 한 곳과 동부 해안 바티칼로아의 개신교 교회 한 곳에서도 폭발이 발생했다.
현지 경찰 당국자에 따르면 네곰보의 가톨릭 교회에서만 60명 이상이 숨졌고 바티칼로아의 교회에서 최소 25명이 목숨을 잃었다.
루완 구나세케라 경찰청 대변인은 “폭발이 일어난 교회에서 부활절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CNBC는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성당 중 두 곳에선 자살폭탄 공격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 소속 폭발물 처리반이 폭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 목격자는 “폭발로 건물 주변 지역 전체가 흔들렸다”면서 “많은 부상자들이 구급차에 실려 가고 있다”고 폭발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사고 발생 직후 피해지역에 출동해 주변을 봉쇄했다.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이번 연쇄 폭발로 인한 사상자 중에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사망자가 35명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콜롬보 시내 종합병원 등 현지 의료기관은 수백 명의 환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며 치료 중 숨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스리랑카 대통령인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는 이번 사건에 충격을 받았지만 당황하지 말고 진정을 되찾을 것을 호소했다. 총리인 라닐 위크레메싱게는 트위터에 “우리 국민에 대한 비열한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는 글을 올렸다. 망갈라 사마라위라 재무장관도 “살인과 아수라장, 무정부 상태를 초래하기 위해 잘 조직된 공격으로 무고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스리랑카는 인구의 74.9%를 차지하는 싱할라족과 타밀족(11.2%), 스리랑카 무어인(9.3%) 등이 섞여 사는 다민족 국가다. 주민 대다수(70.2%)는 불교를 믿고 힌두교도와 무슬림이 각 12.6%와 9.7%다. 스리랑카의 가톨릭 신자는 인구의 6% 남짓에 불과하다. 폭발 발생 시점이 가톨릭 기념일인 부활절 예배 시간이란 점에서 민족갈등보다 종교적 이유로 발생한 테러라는 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한편, 스리랑카 주재 한국대사관은 “지금까지 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