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에 번지는 친환경 마케팅이 식을 줄 모른다.
현대홈쇼핑은 이달부터 친환경 배송 상자 ‘날개 박스(가로 38㎝×세로 33㎝×높이 9㎝)’를 도입한다고 21일 밝혔다. 배송 상자 포장 시 비닐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고, 박스 겉면에 부착된 운송장 크기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날개 박스’는 친환경 접착제가 부착된 날개가 상자 상ㆍ하단에 있는 배송 상자로, 비닐 테이프를 사용할 필요 없이 날개만 접으면 포장이 완료된다. 기존 배송 상자에 사용된 비닐 테이프의 주성분은 폴리염화비닐로,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데 100년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홈쇼핑은 패션 자체상표(PB) 브랜드 라씨엔토와 밀라노스토리의 이달 방송 상품부터 ‘날개박스’를 우선 도입하고, 차례대로 적용 상품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두 PB 브랜드를 배송하는 데 쓰인 상자만 약 50만 개다. 포장에 쓰인 비닐 테이프를 이어붙이면 405㎞로, 서울~부산 거리가 될 정도다.
현대홈쇼핑은 또한 ‘날개 박스’ 도입으로 고객들의 배송 상자 분리배출도 편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배송 상자는 비닐 테이프를 뜯어낸 뒤 분리 배출해야 해 번거롭지만, ‘날개 박스’는 이 과정 없이 종이류로 버리면 된다. 또한 배송 상자를 개봉할 때 칼이나 가위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쉽게 뜯을 수 있어 배송 상자 내의 상품 손상도 방지할 수 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패션 상품 일부를 ‘날개 박스’에 담아 시험 배송해 본 결과, 고객들의 포장 개봉 및 분리 배출 시 편리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기존 배송박스보다 ‘날개 박스’ 제조 단가가 약 40%가량 비싸지만, ‘착한 배송’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대홈쇼핑은 배송 상자에 부착되는 운송장의 크기(가로 12.5㎝×세로 10㎝)도 20% 줄였다. 화학물질로 코팅된 특수용지를 사용하는 운송장은 재활용이 안 되기 때문에 사용량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현대홈쇼핑은 자체물류센터에서 배송되는 상자에 우선 적용하고, 차례로 협력사에서 직접 배송하는 상품에도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자체물류센터에서 배송되는 물량이 1200만 개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연간 축구장(7140㎡) 5개를 덮을 수 있는 분량의 자원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작년부터 진행 중인 ‘아이스팩 재활용 캠페인’이 2~3시간 만에 마감될 만큼 자원 재활용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이 더 쉽게 자원 절감 및 재활용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서 친환경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