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가 이틀새 두 대륙에서 개막한 국제모터쇼에 뚜렷하게 다른 제품전략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중국에서는 크고 웅장함을 강조한 반면, 미국에서는 작고 암팡진 소형차를 쏟아냈다. 한때 미국이 ‘글로벌 표준’이었다면 이제 본격적인 ‘현지 전략화’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현대차는 1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19 뉴욕오토쇼’에서 엔트리급 SUV ‘베뉴(VENUE)’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새 모델은 현대차의 SUV 패밀리룩을 바탕으로 젊고 세련된 디자인을 더해 눈길을 끈다.
동시에 기존 굴레도 벗어났다. 이제껏 현대차 SUV의 차명은 모조리 지역명이었다. 팰리세이드와 싼타페, 투싼, 코나 등 모두 동네 이름이다.
반면 베뉴는 ‘엔트리 SUV’라는 점에서 이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영어로 특별한 일이나 활동을 위한 ‘장소’를 의미한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처음으로 전기차 기반 2도어 소형 쿠페 콘셉트를 내놨다.
‘뒷바퀴굴림 4도어 세단’ 일색이었던 제네시스는 ‘민트(Mint)’ 콘셉트를 시작으로 소형차까지 영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유럽 디자인센터까지 공동개발에 참여한 만큼 향후 미국에 이어 유럽 고급차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점쳐진다.
기아차는 뉴욕오토쇼에서 전기차의 방향성을 담은 새 콘셉트 ‘하바니로(Habanero)’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차 이름은 중남미의 매운 향신료(고추)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소형 SUV 니로의 후속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차다.
미국 현지에서 소형차를 쏟아낸 반면, 이틀 먼저 개막한 중국 상하이모터쇼는 크기에 방점을 찍었다.
현대차가 이틀 전 ‘2019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한 2세대 ix25는 전작(前作)보다 커진 사이즈를 강조한다.
현대차는 “프론트 그릴과 와이드하고 입체감 있는 스키드 플레이트를 더해 강인한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ix25를 설명했다.
모터쇼 개막 직전에 선(先)공개한 중국형 싼타페 ‘셩다’ 역시 마찬가지. 내수용 싼타페와 전면은 동일하되, 뒤 오버행(뒷바퀴 중심부터 뒷범퍼까지 거리) 등을 늘려 ‘넉넉한 3열 공간’을 확보했다.차 길이는 국내 싼타페보다 무려 16cm가 늘어나 4.93미터에 달한다.
중국형 쏘나타 역시 내수형보다 35mm 늘려 롱후드 스타일을 뽑아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역시 2세대 K3를 중국에 공개하면서 늘어난 크기를 강조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한국 내수용 K3보다 중국형이 차체 크기 및 롱후드 스타일, 대형 그릴 등으로 차별화돼 있다”며 “크고 화려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