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님. 먼저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중기부 2기가 출범했습니다. 아시겠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기부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기부 장관이 누가 될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이었습니다. 이후 박성진 후보자가 물러나고 천신만고 끝에 홍종학호가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당초 중기부의 기대는 원성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현 정부 국정지지율 하락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는 ‘이영자(이십대·영남·자영업자) 현상’ 때문이었죠. 특히 ‘자’에 해당하는 자영업·소상공인들의 마음 역시 좀처럼 돌아서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소상공인들을 대표하는 법정경제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야당들과 가깝게 지내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당시엔 지금의 여당과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었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지금의 여당은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단순히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서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여당이 제대로 들어주지 않으니 야당이라도 붙잡고 하소연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야당은 소상공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박 장관님, 이제라도 소상공인들을 제대로 끌어안아야 합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마음을 열고, 그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소상공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중기부 자체의 변화입니다. 중기부 1기인 홍종학호는 지난해 1월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중소기업 정책기획단을 발족했습니다. 중소기업 정책기획단은 민간의 시각에서 시장과 정부 정책을 연결하기 위해 학계·연구원·업계 전문가 등 39명으로 구성했죠.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가 단장을 맡았습니다. 발족 이후 정책토론회 등을 포함해 많은 정책 과제를 발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껏 소상공인·중소기업들이 피부로 체감한 새로운 정책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1기가 허송세월을 보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중기부 1기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중기부’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고민하고, ‘부’에 걸맞은 조직을 정비하는 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결국 중기부는 여전히 ‘중기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상당수 중소기업들의 생각입니다.
문제는 법적인 권한이 있음에도 손 놓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본법(1966년 시행)이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기본법으로서의 위상을 전혀 갖지 못했던 중소기업기본법이 개정되고 작년 6월 12일부터 시행됐습니다. 법사위를 오래 하셨으니 잘 아시겠지만, 기본법은 ‘다른 여러 가지 법의 기본이 되는 법’으로 개별법보다 우선합니다. 중소기업기본법은 그동안 국내 기본법 중에서 가장 오래됐지만 기본법 체계를 갖추지 않아 그 역할을 제대로 못했으며, 체계가 허술하고 상위법으로서의 기능을 못하니 정책 중복과 혼선을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개정된 중소기업기본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중기부 장관에게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중소기업 육성 및 보호에 관한 업무를 총괄, 조정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중기부 장관은 중소기업정책심의회를 설치해 중소기업 주요정책 및 계획, 이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홍 장관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회의 한 번 열지 않았다는 것은 어쩌면 직무유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타 부처에 중소기업정책심의회에 대해 물어보니 이런 게 있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각 부처 차관들로 구성된 중소기업정책심의회를 개최하고,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 체계로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정책 방향을 잡고, 세부 실행은 산하 기관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끔 권한을 이양해 줘야 합니다.
다시 한번 장관 취임을 축하드리며, 중소기업 중심 경제를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c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