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가 발행할 회사채에 대해 이미 예상액인 100억 달러의 세 배에 달하는 300억 달러(약 34조3200억 원)의 수요가 몰렸다고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아람코는 독재적인 사우디 정부와의 밀접한 관계에 대한 우려에도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지난주 사상 처음으로 실적을 공개하면서 세계 최대 순이익을 낸 기업이라는 위용을 보인 것이 컸다. 지난해 아람코가 기록한 순이익 1110억 달러는 2위 애플(593억 달러)과 3위 삼성전자(383억 달러)의 순익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회사채에 대한 이런 왕성한 수요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사우디 국채보다 더 저렴하게 아람코에 자금을 빌려줄 용의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FT는 설명했다.
아람코 회사채 발행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JP모건체이스 등은 지난주 미국 뉴욕과 시카고, 일본 도쿄, 싱가포르 등에서 로드쇼를 진행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르면 9일 아람코 회사채 가격 책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후 구체적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유니온인베스트먼트프라이빗펀드의 세르게이 데르가체프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람코 회사채는 최소 네 차례 분할 발행될 초대형 ‘딜(Deal)’이 될 것이 확실하다”며 “수요가 어마어마해 카타르가 지난해 120억 달러 국채를 발행했을 당시 몰렸던 투자수요 530억 달러를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람코는 690억 달러 규모 사우디 정유업체 사빅 지배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연기하면서 석유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의 일환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투명하게 자금을 공개하려는 사우디 정부의 노력이 좌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으나 이번 회사채 발행이 성공하면 그간의 불안을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