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조달청과 노면표지용 페인트를 마스를 통해 납품하는 업체들에 따르면 조달청은 지난해부터 2단계 경쟁에서 업무처리기준을 바꿔 기술인증에 1점 가점을 주고 있다. 종전에는 기술인증이 기본평가항목(60점 이상)이 아닌 선택항목(40점 이상)이라 기술인증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1~2점 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기술인증이 없으면 낙찰이 어려워진 것이다.
조달청은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노면표지용 페인트를 납품하는 16개 업체 중 기술인증이 있는 업체는 3곳으로, 이들이 공공기관의 입찰을 독점하는 구조가 됐다. A업체는 조달청 기준이 바뀐 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40%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기술인증이 없어서 2단계 경쟁에서 밀려나 1억 원 미만 계약만 가능해서다.
이 업체는 기술인증을 받는 것도 검토했지만 기간이 1년 이상 걸리는 데다 1억~2억 원인 비용이 부담이 돼 결국 접었다. A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지원하는 것은 좋지만 아예 영업을 못 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B업체 대표는 “기술인증 가점을 연기해 달라고 조달청에 민원을 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담당자와 통화가 불가능했다”며 “대화창구가 막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이 2명뿐이라 하루에 300통 가까이 오는 전화를 다 받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기술인증을 받은 제품에 ‘혁신’이라는 평가를 부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인증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해주는 업체에 1억~2억 원 정도를 주면 기존 기술을 조금 바꿔서 기술인증을 받아준다는 얘기도 들린다.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이를 알면서도 기술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조달청은 중소기업들의 불만을 알고 있지만 고용우수기업 등 다른 가점을 통해 만회하면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조달청 관계자는 “종전에도 가점은 아니지만 기술인증에 점수를 주고 있었다”며 “기업이 대비할 시간은 충분히 줬다”고 말했다.